물통 나르던 우간다 어린이, 배낭 메자 학교 출석률 높아졌다

  • 동아일보

[행복 나눔]
한국-우간다 소셜벤처기업 ‘제리백’… 10L 물통 들고 도로 걸어다녀 위험
방수-반사판 ‘보행 안전 배낭’ 제작… 내 가방 생기니 학교에도 애정 생겨

소셜벤처 ‘제리백’의 박중열 대표가 아프리카 우간다 어린이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제작한 물통 운반 배낭 ‘제리캔백’을 소개한 광고판 앞에 서 있다. 행복나래 제공
소셜벤처 ‘제리백’의 박중열 대표가 아프리카 우간다 어린이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제작한 물통 운반 배낭 ‘제리캔백’을 소개한 광고판 앞에 서 있다. 행복나래 제공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몸무게 3분의 1에 달하는 물통을 손에 든 채 걷습니다. 손을 자유롭게 해줘 걸을 때 안전하고 정서적으로는 여유롭게 하고 싶었습니다.”

소셜벤처 ‘제리백’의 박중열 대표(47)는 우간다 어린이를 위한 보행 안전 배낭을 제작한다. 박 대표는 “아프리카는 인도가 따로 없을 정도로 도로 환경이 열악해 아이들이 차도로 걷는다”며 “사고 위험이 높은데 손에 물통까지 들고 있어 위험에 바로 대처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2014년 한국과 우간다에서 설립된 제리백은 식수를 얻기 위해 매일 10L의 물통을 머리에 이거나 손으로 나르는 어린이를 위해 물통 운반 배낭인‘제리캔백’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가 제리백의 제품 한 개를 구입하면 우간다 어린이에게 가방 한 개가 전달된다. 지난해까지 11년간 제리백이 우간다 어린이에게 전달한 배낭은 약 2만 개에 달한다.

● 어린이 보행 안전을 위한 ‘물통 운반’ 배낭

대학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박 대표는 2012년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우간다에 거주한 적이 있다. 당시 현지 주민들이 오염된 물을 마신 뒤 박테리아 감염 등으로 각종 질환을 앓는 사례를 목격하며 심각성을 체감했다. 그는 “성인인 나도 아픈데 아이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질병에 걸리면 얼마나 아플까 싶었다”며 “전공인 제품디자인을 활용해 수질 오염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제리캔(Jerrycan)’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제리캔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물을 나를 때 사용하는 10∼20L 용량의 사각 플라스틱 물통이다. 상하수도 시설이 부족한 아프리카 시골에서 어린이들은 하루 평균 6km를 걸으며 제리캔에 물을 담아 운반한다.

‘제리백’의 물통 운반 배낭 제리캔백 제품. 제리백 제공
‘제리백’의 물통 운반 배낭 제리캔백 제품. 제리백 제공
박 대표는 제리캔백 전면에 반사판을 부착했다. 가로등이 없는 야간 도로에서도 운전자가 어린이들을 즉시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재 선택에도 신경을 썼다. 우간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색상이 선명하며 방수 기능이 뛰어난 천막용 소재 타폴린을 90% 이상 사용했다. 타폴린은 내구성이 높다. 제리백은 이런 디자인의 사회적 영향력과 지속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3년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디자인 어워드’에서 2위를 차지했다.

어린이들 삶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어린이들이 제리백을 물통을 운반할 때뿐만 아니라 책가방으로도 활용한다. 박 대표는 “학교나 비영리단체를 통해 제리캔백을 기부하는데, 배낭을 받은 뒤 학교 출석률이 높아졌다”며 “사실상 책가방이 생긴 아이들에게 배움에 대한 의지와 학교에 대한 애정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 현지 취약층 여성 자립 위한 교육도

재봉틀 2개와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제리백은 현재 2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지속 가능한 디자인 센터(SDC)’도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취약 여성을 대상으로 봉제, 디자인 창업 등을 교육한다. 박 대표는 “여성의 자립을 위해 봉제 등 기술 교육을 원하는 여성을 모집해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초급, 중급, 고급반을 나눠 서로 봉제 기술을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6년 ‘KAIST 임팩트 경영학석사(IMBA)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제리백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IMBA는 사회적기업 창업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SK그룹과 KAIST경영대학이 함께 개설한 학위 과정이다. 그는 “사업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소비자 수요 파악, 제품 품질 향상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입학했다”며 “소셜벤처 경영 전반에 대한 역량을 키웠고 사업 모델 고도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제리백은 국내에서도 2022년부터 어린이 보행안전 캠페인 ‘세이프&세이브(SAFE&SAVE) 365’를 진행하고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빛 반사 보행안전 태그를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약 6만 개의 태그를 기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SK그룹 임원 출신 멘토와 소셜벤처 최고경영자(CEO)를 연결해 기업 성장을 위한 경영 자문을 하는 프로그램인 ‘SE컨설턴트 자문’에 참여한다. 박 대표는 “우간다 스튜디오를 스마트 디자인 학교로 발전시켜 현지 인력이 독자적으로 브랜드 운영을 할 수 있는 자립 모델을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했다.

조민영 행복나래 본부장은 “IMBA 과정이 제리백과 같은 소셜벤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제리백#보행 안전#제리캔백#물통 운반#SAFE&SAVE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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