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와 갤럽, 영국 옥스퍼드대 웰빙연구센터가 최근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 2026’에서 한국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6.04점으로, 147개국 중 67위였다. 2024년에 52위, 2025년에 58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역대 최저 순위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인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한국인의 행복도를 높이려면 큰 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일과 생활 간 불균형 등에서의 사회 개혁이 필수적이다. 다만 사회 개혁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반면에 당장 개인은 하루하루의 고단한 삶을 버텨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개인이 고단한 삶을 견뎌내는 데에는 ‘마인드 피트니스’ 또한 사회 개혁만큼이나 중요하다.
마인드 피트니스란 신체적 건강을 위해 코어 근육 운동을 하듯이, 심리적 건강을 위해 마음의 코어 근육을 훈련하는 것을 말한다. ‘견뎌낼 수 있는 것’과 ‘견뎌낼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하는 동시에, 마치 예방접종을 하듯 ‘스트레스에 대한 심리적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스스로 견뎌낼 수 없는 것과 견뎌낼 수 있는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에드먼드 제이콥슨은 한 실험에서 연구 참여자들에게 불쾌한 전기충격을 주고 그 반응을 관찰했다. 그는 참여자들에게 눈을 감고 침대에 누운 채 오른팔을 뻗어 손끝이 소량의 식염 용액에 닿도록 했다. 그리고 이 용액을 통해 순간적이지만 불쾌함을 느낄 만한 미량의 전류를 흘려보냈다. 이때 참여자들에게 전류의 지속 시간을 비롯한 중요 특징이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했다. 그 결과 긴장 상태에 있던 참여자들은 전기자극을 느낄 때마다 재빨리 손을 뒤로 뺐다. 하지만 긴장 이완 훈련을 통해 근육의 긴장을 푼 상태에 있던 참여자들은 동일한 전기충격에도 손을 거의 빼내지 않았다. 실험 후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전기자극의 강도가 긴장과 이완 조건 모두에서 동일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워했다.
갑작스러운 전기충격에 놀란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외부 요인, 즉 전기충격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사람들의 격렬한 반응과 주관적 고통은 외부 자극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긴장 이완 여부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결국 사람들은 충분한 이완 조건하에서만 스스로 견뎌낼 수 있는 것을 실제로도 견뎌낼 수 있었다.
6·25전쟁에서 사망한 미국 병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심리적 면역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당시 연구진은 전투 중 사망한 병사를 300명 넘게 해부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초반이었지만 그중 77%가 심각한 관상동맥경화증을 보였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이처럼 심각한 수준의 관상동맥경화증을 나타낸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전투 중 사망한 병사 상당수가 직접적인 사인과는 별도로 전투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때문에 심리적·신체적 민첩성 측면에서 취약하고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었음을 시사한다.
마인드 피트니스에서의 핵심 과정은 먼저 일상의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후, 이를 바탕으로 여러 행복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고단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는 제도 개혁이 필요한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마인드 피트니스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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