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화염 키운 유증기, 10년전부터 ‘기름 악취’ 지적

  • 동아일보

[대전 화재참사]
직원들 “공장 곳곳에 시커먼 기름때
절삭유 연기 날려 ‘기름독’ 발진도”
노조 “점검-세척 요구했지만 묵살”

23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공장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를 비롯한 국과수, 소방, 경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대전=뉴시스] jhope@newsis.com
23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공장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를 비롯한 국과수, 소방, 경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대전=뉴시스] jhope@newsis.com
“천장이나 책상 곳곳에 항상 기름때가 시커멓게 찌들어 있었다.”

지난해까지 대전 안전공업에서 5년간 일했던 김모 씨(30)는 공장 상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4명이 숨지는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도 기름이 기체 상태로 증발해 생기는 유증기 등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항상 존재했다는 의미다. 공장의 전현직 직원들은 입을 모아 기름 찌꺼기 등 화재 위험에 노출됐던 시설과 업무 환경을 지적했다.

안전공업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공장 곳곳에 절삭유와 기름때가 묻어 있었다. 절삭유와 기름때, 유증기 등 인화성 물질은 화재가 초반에 급속히 확산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 전직 직원은 공장을 “기름에 절어 있는 상태”로 기억했다. 그는 “가공 공정에서 발생한 절삭유가 연기처럼 24시간 날리는 상태였다”며 직원들끼리 ‘기름독’이라고 하는 직업병이 생겨 온 피부에 빨간 두드러기가 올라왔고, ‘기름독’으로 퇴사하는 직원도 많았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전직 직원 역시 “피부가 가렵고 벗겨지는 질환은 일상이었고 천장과 바닥, 책상 등에 있는 기름때는 닦아도 금방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현직 직원도 “일하다 보면 주방에 있는 환풍구처럼 천장에 맺힌 기름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안전공업 직원들은 이 문제를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여러 차례 항의했고, 2023년에야 동관 창문 한편에 환풍기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안전공업 노조는 “유증기 등이 축적되는 점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점검하거나 세척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며 “사측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시민단체 대전녹색환경지원센터의 2016년 ‘대덕산업단지 악취 개선 효과 분석 및 향후 관리방안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공업의 본관 사업장 집진시설 주변에선 복합악취 희석배수가 최고 1000배로 조사됐다. 악취 희석배수가 1000배라는 것은 사람의 코로 기름 냄새 등 복합적인 악취가 맡아지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무취 공기가 1000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공정 중에 뿌려지는 절삭유나 압출 프레스에서 나오는 오일 미스트가 화마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공장의 오일 미스트와 같은 방울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게 건물 안에 꽉 차 있는 상황에서 불꽃이 튀면 걷잡을 수 없는 화재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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