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실패하는 데는 수백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국가 전략적 관점에서 두드러진 요인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애초에 실행 불가능한 전략을 세운 경우다. 둘째, 전략과 전술이 어긋나는 경우다. 전쟁은 시작하면 돌발 변수가 계속 발생한다. 처음에는 깃발을 보며 진행하지만, 눈앞의 당근을 줍다가 딴 길로 들어서고 늪에 빠진다. 셋째,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상대는 보지 않고 내 주장만 내세우는 경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첫 번째 경우다. 미국-이란 전쟁은 미국으로서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듯 진행되고 있다. 이미 넘었다거나 세 요인이 다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평가는 전쟁이 끝난 후에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란은 세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이란에 무슨 전략적 잣대냐, 제3자의 무책임한 지적질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란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즉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된 절체절명의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초강대국에 맞서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인정한다. 그러나 역사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정서적, 도덕적으로 납득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최선의 수단은 아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런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냉정하게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일 심각한 부분은 막연한 정의와 무책임한 감성주의, 그리고 이를 선동하고 그 결과를 즐기는 선동가, 지식인, 매스미디어의 범람이다. 소셜미디어가 집단 감정의 배출구로 쓰이는 것은 그 플랫폼의 본래 기능이다. 하지만 세상이 배설물로 뒤덮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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