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암은 전체 암의 약 0.5%로 비중은 낮다. 그러나 국내 소아 질병 사망 원인 1위가 암일 정도로 두려운 질환이다. 암의 종류, 발생 기전, 치료 전략 모두 성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소아암은 성인암의 축소판이 아니라 완전히 별개의 질환군으로 봐야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소아청소년암 치료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5년 상대 생존율은 85%를 넘어섰고, 한국의 치료 수준은 세계적이다. 하지만 이 성과를 일군 진료 현장이 지금 붕괴하고 있다. 현장에 남은 소수의 의사가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지만, 그 한계는 이미 눈앞에 와 있다.
전국에서 소아암을 치료할 수 있는 세부 전문의는 67명뿐이다. 이마저도 향후 5년 이내 10% 이상이 정년으로 퇴임한다. 빠져나가는 사람은 있는데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71%에서 2022년 28%로 급락했고, 2025년 충원율은 17%로 전 과목 중에서 가장 낮다.
그나마 소아청소년과에 들어온 전공의 중에서도 암을 치료하는 혈액종양 분과를 택하는 이는 모든 세부 분과 중 꼴찌 수준이다. 높은 중증도, 극심한 감정 노동, 보호자 대응 부담 등 소아암 전문의가 줄어드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제적 보상도 턱없이 부족하다. 덜 힘들고 보상은 나은 분야가 널려 있는 시대에, 밤낮없이 아이의 생사를 짊어지는 이 길을 택할 젊은 의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소아암만의 고유한 진료 특수성이 있지만 이를 반영하는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비용) 체계 자체가 부재하다. 수가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2023년 정부가 5개 권역 소아암센터 구축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진료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탱할 지속적인 국가 보조금과 인프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5곳의 소아종양혈액과 입원 손실은 연간 88억 원에 이른다. 환자 1명당 하루 14만 원 이상 적자인 셈이다. 병원이 소아암 진료를 유지할수록 손해라는 의미다. 진료에 매몰된 소수의 의사는 연구할 여력이 없고, 해외에서 승인된 소아 신약이 국내 급여에 도달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성인 기준에 맞춰진 신약의 사전승인 장벽은 소아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치료 공백을 키우고 있다.
인력이 떠나면 지역 의료가 무너진다. 환자는 서울로 몰리고, 서울의 과부하는 다시 인력 이탈을 부른다. 이 악순환의 끝은 ‘소아암을 치료할 의사가 없는 나라’다. 신생아중환자실이 국가 지원 사업과 수가 개선의 결합으로 되살아났듯이 소아암 진료에도 국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연간 1000명의 어린 생명을 지키는 일을 더 이상 현장의 헌신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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