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대 ‘더블링’ 실습 “해부용 시신도 부족”

  • 동아일보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 9곳 현황
수강 인원 2배, 시신 기증은 감소… 학장 9명 중 4명 “인프라 확충 필수”
내년부터 증원 절반 지방국립대 배정
“지원 시기 놓치면 교육 질 크게 악화”

의정 갈등과 집단 휴학의 여파로 전국 의대 곳곳에서 2024, 20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더블링’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립대 의대 학장 절반 가까이가 기초실습 과목에서 강의실·실습실 등 교육 인프라와 교수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기초실습은 의예과 2학년이나 본과 1학년 학생이 인체의 기본 구조 등을 배우는 수업이다.

2027학년도 대입부터 5년간 의대 증원 인원의 절반 이상이 지방 국립대 9곳에 배정돼 교육 인프라와 인력 확충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교육의 질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의대 학장들 “실습 공간도, 해부용 시신도 부족”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지역 거점 국립대 9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대 학장 9명 중 4명은 교원, 실험실, 기자재 등의 추가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북대는 의대 실습 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병헌 경북대 의대 학장은 “해부 실습실이 193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 리모델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초의학 실습실 시설 노후와 기자재 부족으로 실습 환경이 열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물 신축과 최신 기자재 도입을 통한 현대화 지원 예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경북대에서 의예과 2학년 1, 2학기와 본과 1학년 1학기에 듣는 인체해부학 수업은 수강 인원이 의정 갈등 이전인 2024년 1학기 110명에서 지난해 2학기 260명으로 급증했다.

해부학 수업에서 사용되는 해부용 시신(커대버)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통 한 구당 5∼8명이 실습하는데, 수강 인원은 2배로 늘어난 반면에 해부용 시신은 이전보다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강경표 전북대 의대 학장은 “매년 20구 정도의 커대버가 확보돼야 정상 실습이 가능하지만 의정 갈등 이후 기증이 급격히 감소했다”며 “지난해 10구 미만으로 기증을 받았고 앞으로도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제주대는 의예과 2학년 해부학 실습에서 실습 보조 인력이 부족해 의료기술직 직원을 충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험실습실도 5년간 임시 건물을 빌려 써야 해 정식 실습실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충남대는 올해 기초의학 실습에 필요한 인프라는 확보했지만 내년 의대 추가 증원을 반영할 경우 교원, 실험실, 기자재 등을 추가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 “의대 증원 고려해 교원-시설 확충 서둘러야”

정부는 지역의료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2027∼2031학년도 의대 증원 인원을 지방 국립대 등에 우선 배정했다. 2027학년도에 강원대와 충북대는 의대 정원이 각각 39명, 전남대와 부산대는 각각 31명, 제주대는 28명이 증가한다. 2028학년도부터 강원대와 충북대의 정원은 현재(49명)의 2배로 늘어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는 “의대 더블링 상황으로 기초실습도 진행하기 어려운 형편인데 국립대 의대 정원이 크게 늘어난다”며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교육 환경을 제대로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인력 풀이 한정돼 기초의학 교원 확보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의원은 “정부가 교육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 실습 시설과 인력 확보 등의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부용 시신 확보, 실습 시설 지원 등과 관련한 예산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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