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칼럼]김어준이 친명인지, 반명인지 묻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6일 23시 12분


‘공소 취소 거래설’이 드러낸 정치권 민낯
특권적 지위 김어준 유튜브를 누가 키웠나
갑자기 ‘가짜뉴스 제조기’로 비난하는 역설
피아식별 멈추고 유튜브 규제 공백 메우라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근 김어준 씨 유튜브 채널에서 MBC 기자 출신 장인수 씨가 제기한 이른바 ‘공소 취소 거래설’을 계기로 한국 정치와 미디어 환경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표현의 자유와 특별한 보호를 악용해 특권적 지위를 누리려는 아주 극히 소수의 사람과 집단이 있다”며 직격하기에 이르렀다.

매우 낯선 장면이다. 필자는 2025년 11월 25일자 동아일보 칼럼 ‘유튜버의 섭외 전화만 기다리는 헌법기관들’에서 정치적 인지도 상승을 위해 너도나도 유명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그중 김 씨 채널이 단연 최고 인기 채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사실 이 대통령도 2024년 22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김 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당시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민주당의 자력 과반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전망이 나오자 친명 지지층 결집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던 정치권이 ‘공소 취소 거래설’ 이후 갑자기 김 씨를 비난하고 나서는 모습이 역설적이다.

더구나 김 씨야말로 대표적인 친명 인사가 아니었나.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공개적으로 ‘이재명을 도와줘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한 김 씨를 진행자로 출연시킨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법정 제재를 내렸다. 국가기관이 사실상 김 씨의 친명 성향을 공인한 셈이다.

집권 이후 청와대 인사들도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김 씨 유튜브를 찾아 지지층에게 호소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딸 전세’ 공세에 발끈했다가 당시 민주당 소속 김병기 운영위원장의 강한 질책을 받은 뒤 다음 날 김 씨 유튜브에 출연했다.

필자는 22대 총선(2024년 4월 10일) 이후 2025년 10월 말까지 국회의원들의 유튜브 채널 출연 사례를 전수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 씨 채널 ‘겸손은 힘들다’가 압도적 1위였다.

총선 이후 의원들의 출연 횟수는 무려 958회였다.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평균 2.3명이 출연한 셈이며, 의원들의 전체 유튜브 출연 중 약 40%를 차지했다. 정당별 출연 비율은 더 극적이었다. 범민주당 대 범국민의힘 의원이 824 대 1이었다. 박주민(민주당·64회), 최민희(〃·57회), 신장식(〃·51회), 박지원(〃·47회) 의원 등이 해당 채널의 단골 출연자였다.

그랬던 민주당 인사들이 이번 논란 이후 김 씨를 ‘가짜뉴스 제조기’로 몰아붙이고 있다. 재보궐선거에서 원내 복귀를 노리는 송영길 전 의원은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유튜버를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같이 돌이켜 볼 면이 있다”며 “출연 요청을 받은 적도 없지만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시장 후보로 공천된 박찬대 의원 역시 “출연자가 많이 감소하지 않을까”라며 “저는 작년 8월 이후 출연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박 의원은 과거 여러 차례 해당 유튜브에 출연했다.

다만 박지원 의원만은 “공소 취소 거래 의혹은 장인수 기자가 일방적 주장을 한 것이고, 김어준 씨는 언론인으로서 질문을 한 것일 뿐”이라며 김 씨를 적극 옹호했다. 본인이 최고 단골 출연자였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튜브를 누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사회적 논의다. 사건 초기 홍익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김 씨 유튜브에 대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가 “내부 검토 결과 김 씨 유튜브 방송은 방미심위 조사 대상이 아니라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대상”이라고 정정했다. 청와대조차 규제 기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규제 공백이 드러난 것이다.

이 공백의 원인은 김 씨가 친명인지 반명인지 피아 식별에 매몰된 정치권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청와대 대통령’과 ‘충정로 대통령’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만큼 유튜브의 정치적 영향력은 엄청나다. 반면 필자의 분석에서 의원들이 출연하는 주요 정치 유튜브 채널도,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의원들도 여권 성향이 훨씬 많았다. 60%대 중반인 대통령 지지율을 등에 업고 야당이 ‘입법 독재’라 부를 만큼 논란의 소지가 있는 법안들을 연이어 통과시키고 있는 여당이 유독 유튜브 규제에는 소극적인 이유는 아닐까.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는 활용하다가 불리해질 때만 책임 의식을 얘기하니 공론장 복원을 위한 규제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가 불가능하다. 정치권이 김 씨를 두고 친명인지 반명인지 따지는 피아 식별을 중단해야 유튜브 공론장에 대한 규칙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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