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종윤이 떠올리니 금세 회복… 함께 신나게 달렸다”

  • 동아일보

[2026 서울마라톤 겸 제96회 동아마라톤]
국내 남자부 우승 박민호
서울마라톤 함께 뛰자했던 후배, 작년 충북 대회 도중 사고로 숨져
“종윤이 분명 옆에서 뛰어” 눈시울… “한국신기록 향해 꿋꿋하게 질주”

박민호가 15일 2026 서울마라톤 겸 제96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1분5초의 기록으로 국내 남자부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으며 활짝 웃고 있다. 박민호는 2023년 이후 3년 만에 서울마라톤 두 번째 우승을 이뤄낸 뒤 지난해 충북도 시·군대항 역전마라톤대회 도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배 김종윤에게 영광을 돌렸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박민호가 15일 2026 서울마라톤 겸 제96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1분5초의 기록으로 국내 남자부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으며 활짝 웃고 있다. 박민호는 2023년 이후 3년 만에 서울마라톤 두 번째 우승을 이뤄낸 뒤 지난해 충북도 시·군대항 역전마라톤대회 도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배 김종윤에게 영광을 돌렸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종윤아, 약속 지켰다.”

박민호(27·국군체육부대)는 15일 열린 2026 서울마라톤 겸 제96회 동아마라톤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은 뒤 이렇게 외쳤다.

35km 지점까지 대회 3연패에 도전하던 김홍록(24·한국전력공사)과 엎치락뒤치락 선두 다툼을 한 박민호는 레이스 막판 홀로 치고 나와 결승선까지 약 7km를 독주한 끝에 2시간11분5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2023년 이후 3년 만에 국내 남자부 1위에 복귀한 박민호는 “오늘 분명 종윤이가 옆에 있었다”고 말했다.

‘종윤이’는 지난해 11월 충북도 시·군대항 역전마라톤대회 도중 주로에서 벌어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김종윤(2000∼2025·사진)이다. 김종윤은 지난해 충북 역전마라톤을 마친 후 코오롱 마라톤 팀에 입단할 예정이었다. 코오롱 소속이던 박민호가 올해 1월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으니 사실상 팀 동료나 마찬가지였다. 박민호는 “종윤이와 ‘2026 서울마라톤에서 함께 신나게 달리자’고 약속했었다”고 돌아봤다.

김종윤은 지난해 서울마라톤에서 개인 최고 기록(2시간14분43초)을 세우며 국내부 남자 3위를 했다. 하지만 김종윤은 충북 역전마라톤에서 선두로 달리던 중 주로에 침입한 트럭에 받히는 황망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박민호는 “종윤이랑 한 번도 대회를 같이 못 뛰어 봤다. 저도 많이 좋아했던 후배여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그래도 종윤이가 하늘에서 오늘 대회를 잘 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경기 중) 종윤이를 생각할 때마다 회복이 됐고 신이 났다. 옆에 있어 줘서 너무 고맙다. 약속 지켰으니 하늘에서도 편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종윤의 큰누나 김지유 씨(34)는 이날 시상식장을 찾아 박민호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씨는 “동생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많은 선수분들이 응원해 주셨다. 거기에 비하면 오늘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주로에서 응원만 하고 가려 했는데 박민호 선수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종윤이 얘기를 해주셨다고 들어서 시상식장을 찾아 고맙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동생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오기도 했다. 동생이 가장 중요하게 준비했던 대회 중 하나가 서울마라톤이었다”고 했다.

박민호는 이날 우승으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이 유력해졌다. 아시안게임에는 작년 9월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국내외 공인 기록 중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 2명이 출전권을 얻는다. 박민호는 현재 국내 선수 중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박민호는 “쌓아온 시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시간9분대에 한 번만 들어간다면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이봉주)까지 근접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당장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흔들리기보다는 내가 감당하고 할 수 있는 것들만 집중해서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호는 2023년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10분13초로 우승한 뒤 그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케냐 출신 귀화 선수 오주한을 제외하고 한국 선수가 2시간10분대를 기록한 건 12년 만이었다.

이날 풀코스 출발지점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 마커스 모렌트 아디다스코리아 사장, 박철호 동아오츠카 사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김재호 동아일보 회장 등이 참석해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10km 출발 및 골인지점에선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 상무, 박현진 스포츠동아 대표이사가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서울마라톤#동아마라톤#국내남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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