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4.8/뉴스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통령이 궐위 상태가 된 만큼 권한대행의 권한과 역할을 폭넓게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권한대행의 역할이 현상 유지에 그쳐야지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국회 추천 몫이 아닌 대통령 추천 몫 재판관에 대한 지명은 차기 정부로 미룬 적이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12월 국회가 추천한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가 탄핵소추됐던 한 권한대행이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권한대행 측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권한을 대행한다’는 헌법 71조 규정을 근거로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 지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달 24일 헌재가 한 권한대행 탄핵을 기각할 때 “국회가 선출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할 헌법상 구체적 작위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점도 검토됐다고 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입장문에서 “법적 검토를 거친 뒤, 오늘 오전 동료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마지막으로 여쭙고 저의 결정을 실행에 옮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을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넘어선 월권적 권한 행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100여 명의 헌법학자로 구성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성명을 내고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 지명 및 임명은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대통령이 갖는 헌법상 고유 권한”이라며 “(이는) 권한대행이 할 수 없는 월권적·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 김승대 변호사도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는 현상 유지적인 것에 그친다고 봐야 한다”며 “국회 추천 몫 재판관에 대한 임명과 달리 대통령 지명권은 현상 유지가 아닌 적극적 권한 행사인 만큼 위헌”이라고 말했다. 한 헌재 연구관은 “헌재가 국회 추천 몫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뒤에도 임명을 미루다가 이제 와서 더욱 적극적인 권한인 ‘지명권’까지 행사한 것은 자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여야는 물론 법률가, 언론인, 사회 원로 등 수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숙고한 결과”라며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하였으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의 갑작스러운 인사권 행사의 배경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가 탄핵됐던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 데다 그간 권한대행의 역할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던 한 권한대행의 행보와도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궐위됐으니까 궐위 전과 후의 판단은 다른 것”이라며 “정상 작동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면 이를 정상화시키는 게 가장 기본적인 권한대행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징계 취소 소송 변호인이자 대학 및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의 영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기 대선 이후로 헌법재판관 지명을 미루면 대통령 몫인 2명의 재판관을 차기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헌법재판소의 보수와 진보 지형을 고려해 서둘러 재판관을 지명했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이 법제처장 등에 대한 인사검증은 대통령실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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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9 19:11:31
대행의 임명권은 국회의 입법독재보다는 훨씬 더 합법적이다.
2025-04-09 11:39:00
입법부를 장악 폭주에 폭주를 하고 있는 이재명이 대통령까지돼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그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명한건데 그 충정은 이해하나 권한대행으로 과한 권한행사 일뿐더러 윤석열의 측근인 이완규를 지명한건 매우 부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