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새 노래 내지 않으려 했는데… 내 안에서 노래가 나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6일 03시 00분


13년만에 12번째 정규 앨범 ‘집중호우 사이’ 낸 정태춘-박은옥

듀엣 활동 45주년을 맞은 가수 정태춘(오른쪽)과 박은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두 사람은 다음 달 13년 만의 새 앨범 ‘집중호우 사이’를 발표한다. 뉴스1
“정말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 그 생각 하나뿐이었습니다.”(정태춘)

“정태춘 씨의 글에 멜로디를 입힐 때마다 ‘이 사람은 참 (남들과) 다른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박은옥)

‘한국 포크의 전설’ 정태춘(71)과 박은옥(68) 부부가 다음 달 12번째 정규 앨범 ‘집중호우 사이’를 발표한다. 부부는 25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앨범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중요하지 않다”라면서도 “많은 사람이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소망을 전했다.

이번 앨범은 두 가인(歌人)의 데뷔 45주년을 기념하는 문학 프로젝트인 ‘노래여, 벽을 깨라’의 결과물 중 하나다. 정규 앨범으로는 2012년 발매한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이후 13년 만이다. 수록곡 10곡 가운데 8곡은 정태춘이, 2곡은 박은옥이 불렀다고 한다. 함께 부른 듀엣곡은 없다.

앨범 발매 뒤 5월 17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와 울산, 서울 등에서 전국 콘서트 ‘나의 시, 나의 노래’를 개최한다. 책도 나온다. 앨범 수록곡 가사와 미발표 가사 20여 편을 실은 정태춘의 노래 시집 ‘집중호우 사이’와 그가 2010년 초부터 작업해 온 붓글과 산문을 함께 실은 책 ‘노래여, 노래여’도 각각 5, 6월에 출간된다.

두 가수는 1978, 1979년 각각 ‘시인의 마을’과 ‘회상’으로 솔로 데뷔했다. 1980년 결혼한 뒤 음악적 동료이자 삶의 동반자로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서정적이면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한국적 포크를 추구하며 ‘사랑하는 이에게’(1984년) 등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13년 만에 나온 이번 앨범은 원래 예정됐던 건 아니었다. “2019∼2021년 진행한 데뷔 40주년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됐을 때만 해도, 더는 새 노래를 내지 않으려 했어요. 그런데 내 안에서 노래가 나오더군요.”(정태춘)

그의 마음을 바꿔놓은 계기는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가사였다. 정태춘은 “노래에 관한 관심을 잃고 붓글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손녀를 데리고 갔다가 밥 딜런 가사집을 봤다”며 “이후 관련 평전과 소설을 전부 보면서 음악에 대한 자극을 받게 됐다”고 했다.

평생 노래하며 45년째 무대에 서면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행복감’이라고 했다.

“젊었을 때 느껴 보지 못했던 행복을 나이 들어서 더 느낍니다. 다시 태어나면 또 음악인이고 싶다고 생각해요.”(박은옥)

이번 앨범 신곡엔 세상을 비추는 이야기들을 시적 울림으로 담아내는 두 사람의 음악적 특질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간담회에 해설자로 참석한 오민석 단국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는 “정태춘의 이번 앨범은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정규 앨범#집중호우 사이#정태춘#박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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