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 ‘골짜기’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3사가 사상 처음으로 일제히 적자를 냈다. 유럽 시장은 침체되고 중국 시장은 현지 기업들이 장악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주력인 북미 시장의 성장세도 둔화됐다. 기업들은 투자와 공장 가동을 연기하는 등 길어지는 ‘배터리 겨울’에 준비하고 있다.
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손실 2255억 원, 삼성SDI는 영업손실 2567억 원, SK온은 영업손실 3594억 원을 각각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3분기(7∼9월) 이후 3년여 만에 분기 적자 전환했고 삼성SDI는 2017년 1분기(1∼3월) 이후 7년여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2021년 10월 독립법인 출범 이래 지속 적자였던 SK온은 지난해 3분기 첫 흑자 달성에 성공했지만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23년 말부터 본격화됐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업계에선 더 이상 이를 신기술의 대중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캐즘(일시적 성장 정체)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터리 성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통상 신기술이 시장 점유율을 16% 정도 차지한 뒤 이른바 캐즘이 나타나는데 미국 기준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 중 전기차 비율은 10%밖에 되지 않는다”며 “중국, 유럽, 미국 등 주요 지역에서 성장세가 천차만별인 점도 배터리 시장을 단순히 캐즘 상태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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