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를 달리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후면번호판 단속카메라(빨간색 박스로 표시한 부분) 앞에서 속력을 줄이고 있다. 후면번호판 단속카메라는 번호판이 뒷면에 달린 이륜차의 법규 위반을 효율적으로 단속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 부전사거리 앞. 편도 3차선 도로에 줄지어 운행 중인 차들 사이를 헤집고 빠르게 달리던 오토바이가 서서히 속력을 줄였다. 10분 동안 오토바이 수십 대의 움직임이 비슷했다. 번화가인 전포동과 부전동 식당에서 조리된 음식을 인근 아파트 단지로 배달 중인 라이더가 많았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서행한 이유는 ‘후면번호판 단속 중’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걸린 ‘ㄱ자형’ 철제 구조물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신호와 과속 위반을 단속하는 여느 카메라와 설치 방향이 반대로 된 단속카메라가 구조물 위 중앙에서 설치됐다. 이 카메라는 시속 50km의 제한속도를 넘겨 과속하는 오토바이가 구조물을 통과하면 뒷면 번호판을 촬영하도록 설계됐다. 신호 위반 운전자도 적발한다. 이런 후면번호판 단속에 걸려들지 않으려고 운전자들은 서서히 브레이크 레버를 당겼다.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는 올해 국비와 시비 등 약 49억 원을 들여 ‘인공지능(AI) 영상분석 기술을 적용한 후면번호판 단속장비 설치’ 사업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사업의 핵심은 후면번호판 단속카메라를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경위는 ‘도로 위 무법자’란 오명을 쓴 오토바이 운전자의 난폭운전과 함께 관련 사고를 줄이려고 한다.
자경위는 “이륜차 법규 위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시민 요구가 이어져 2023년부터 후면번호판 단속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2023년 12대에 이어 지난해 7대 등 현재까지 부산에 총 19대가 설치됐다. 남구 용소삼거리와 동래구 내성교차로, 연제구 과정교차로 등 평소 이륜차 통행량이 많고 관련 교통사고가 빈발했던 곳에 우선 설치됐다. 자경위 관계자는 “뒷면에만 번호판이 부착된 오토바이의 불법 운전을 정확하게 단속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 운전자도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이륜차 사고에 따른 사망자 발생 건수는 후면번호판 단속카메라가 설치되기 직전 해인 2022년 26명에서, 2023년 25명, 지난해 15명 등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부산에 등록된 이륜차가 2022년 13만 3074대에서 지난해 13만 8136대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경위는 올해 확보한 예산으로 몇 대의 카메라를 어떤 지점에 설치할지를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다. 후면번호판 단속카메라 1개소 구축에는 약 3800만 원의 예산이 든다. 단속카메라 설치 외에도 카메라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 등에 관한 연구도 진행한다.
전문가들은 후면번호판 단속카메라 확충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해당 카메라를 벗어난 지점에선 여전히 위협 운전을 할 수 있는 만큼 전면 번호판 부착 의무화 등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통행량이 많은 큰 도로 외에도 사고 위험성이 큰 골목길과 보도에도 단속카메라 설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이동형 암행 단속 시스템 구축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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