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장애인 자립을 도운 4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0월 9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주혜련 씨(사망 당시 41세)가 심장, 간,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주 씨는 지난해 9월 29일 집 주차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휴일이었지만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다며 1시간 반 거리의 직장으로 출근하던 길이었다.
전북 군산시에서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주 씨는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엔 경기 부천시의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며 사망 전까지 지적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공동생활시설 팀장으로 일했다. 동료들은 “도움이 필요한 곳엔 쉬는 날에도 가장 먼저 뛰어가는 책임감 넘치는 직원이었다”고 회상했다. 2018년엔 시민 복지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부천시장 표창장을 받았다.
주 씨는 직장에선 늘 솔선수범하며 주위를 챙기는 동료였다. 함께 일했던 이수희 씨는 “공동생활시설에서 자립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금전 관리부터 살림살이부터 꼼꼼히 챙겼다. 사진도 잘 찍고 음식 솜씨도 좋아 늘 주변을 행복하게 하는 동료였다”고 전했다.
주 씨는 스무 살 무렵 동생과 함께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동생 주하영 씨는 23일 본보와 통화에서 “언니가 ‘장기기증을 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남을 도울 수 있다’며 기증을 하고 싶어 했다.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면 가장 먼저 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하는 것부터 챙겼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아온 주 씨의 마음이 마지막까지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에 동의했다. 주 씨의 어머니 정미숙 씨는 “혜련아, 엄마 품으로 와줘서 고맙고 사는 동안 고생 많았어. 다음 생에도 꼭 엄마 딸로 와줘.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고 떠난 기증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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