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형사재판 “선거 개입”… 바이든, 지지율 턱밑 추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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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200여일 앞두고 출석
주 4일 재판, 배심원 선정부터 난항
중도층 60% “유죄면 지지 않겠다”
NYT “대선판도 예측못할 단계로”

피고인석 앉은 트럼프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미 역사상 
최초로 형사재판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법정에 들어서며 “정치적 기소”이며 “미국을 향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뉴욕=AP 뉴시스
피고인석 앉은 트럼프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미 역사상 최초로 형사재판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법정에 들어서며 “정치적 기소”이며 “미국을 향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뉴욕=AP 뉴시스
“편향된 배심원만 뽑히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재판에서 이길 겁니다.”

15일(현지 시간) 오전 9시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앞 공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아들 앤드루는 “애초에 기소되지 말았어야 할 사안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 트럼프’ 깃발을 들고 온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그 옆에선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라는 반대 구호도 들려왔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앞에서 트럼프의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의 아들 앤드류 줄리아니가 “편향된 배심원만 없다면 트럼프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1월 5일 치러질 미 대선이 약 2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2016년 대선 당시 성추문을 막기 위해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장부를 조작해 입막음 용도의 돈을 지급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대선 경쟁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는 0.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중도층 표심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간 시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이 시작되며 미 대선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 트럼프 “선거 개입”, 사법 위험 역활용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십여 명이 깃발을 흔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호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시작된 이날 재판은 7시간가량 이어졌다. 재판은 첫 단계인 12명의 배심원 선정부터 난항을 겪었다. 96명의 뉴욕 시민이 배심원 후보로 출석해 적격성 심사를 받았지만 첫 질문인 “평결에 공정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50명이 한꺼번에 “못 하겠다”고 답해 후보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 출두 전은 물론이고 재판을 마친 뒤에도 “사기 재판이자 정치적 마녀사냥이며 선거 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적(政敵) 제거 목적으로 자신을 기소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또 “재판 때문에 아들(배런)의 고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지지층의 동정심에 호소했다.

재판은 약 6∼8주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그를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할 올 7월 15일 전에 유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그가 1주일에 나흘은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만큼 선거 유세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이미 대선 캠프의 조직 일부가 뉴욕으로 옮겨와 선거 전략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지지층 결집에 효과를 봤듯 재판 과정을 철저히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앞에 수많은 방송사 중계차가 자리해 있다. 이날 법원 앞은 전 세계에서 몰린 취재진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바이든 지지율, 트럼프 턱밑까지 추격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중도층 유권자의 표심에는 영향을 줄 수 있어 재판 결과가 대선 판세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4∼8일 실시한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조사에서 중도층의 60%는 “그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재판을 시작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이 줄줄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도 악재다. 그중 2020년 대선 패배에 격분한 지지자들이 다음 해 1월 6일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이를 선동했다는 혐의가 특히 위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6일부터는 당시 난입에 가담해 대선 결과의 인증 절차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프 피셔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이 결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여론조사 집계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최근 3주 누적 평균 지지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45.4%로, 트럼프 전 대통령(45.6%)을 0.2%포인트 차까지 따라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경선 초반인 올 1월 4.3%포인트 앞섰지만 석 달 만에 우세를 상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이 시작되면서 누구도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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