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만명 거리로… 정부, 의협간부 4명 출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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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혼란]
의협 “전공의들, 정부 억압에 항거”
정부 오늘부터 면허정지-고발 진행

의사-전공의-의대생들 ‘의대증원 백지화’ 여의도 집회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 지역별, 전공별 의사회 깃발을 들고 참석한 의사들이 모여 있다. 이날 개원의와 전공의, 의대생 등을 합쳐 경찰 추산
 약 1만2000명(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이 모였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의사들이 
모였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의사-전공의-의대생들 ‘의대증원 백지화’ 여의도 집회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 지역별, 전공별 의사회 깃발을 들고 참석한 의사들이 모여 있다. 이날 개원의와 전공의, 의대생 등을 합쳐 경찰 추산 약 1만2000명(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이 모였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의사들이 모였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일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 등 약 1만2000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이 서울 도심 집회를 열고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요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어떤 상황이 와도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기조를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전국 시도 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했고 개원의와 전공의, 의대생 및 그 가족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의사를 영원한 의료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있다”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태워 공양한 ‘등신불’처럼 정부의 억압과 굴레에 항거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등돌리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전공의들이) 불법적으로 의료 현장을 비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부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대부분은 연휴가 끝나는 3일까지도 복귀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4일부터 면허정지 및 고발 절차를 진행한다. 대형병원들은 전공의 이탈에 이어 전공의·전임의 예정자들이 4일부터 출근하지 않을 경우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김 위원장 등 의협 현직 간부 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의협 “집회규모, 의약분업 때와 비슷”… 정부 “4일부터 선처 없다”


의협 “정부, 조건없는 대화 나서야”
‘제약사 직원 참석 강요’ 글 논란엔, 의협 “요구 안해”… 경찰 “책임 물을것”
정부 “법과 원칙 따라 절차 밟을 것”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옆 도로.

영등포역 방향 5개 차로를 메운 경찰 추산 약 1만2000명(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의 의사와 의대생 등은 ‘준비 안 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 등의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쳤다. 전국 시도의사회 및 의대 깃발도 휘날렸다. 시위 행렬은 마포대교 방향으로 400m가량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역대 최대 집회였던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여의도 시위와 비슷한 규모로 모였다”고 했다.

● 역대급 의사 집회… 제약회사 직원 동원 의혹도


연단에 선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무모한 정책 추진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불행한 일은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포함한 비대위와 (2000명 증원을 포함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정부의 본심은 실질적 의료 개혁이 아니라 눈앞의 총선을 위한 것”이라며 “처우를 개선하고 소송 위험성을 줄여주면 전문의 수천 명이 자신의 (필수의료) 전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 중에는 가족 단위 참석자도 적지 않았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대생과 전공의 학부모들이 많이 왔다”고 전했다.

집회에 앞서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집회 참석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글이 여럿 온라인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전날 회원사에 “의대 증원 반대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사원 참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3일 “(집회 참석 강요가 있었다면) 엄정하고 단호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형법상 강요죄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민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주 위원장은 “비대위나 시도의사회에서 제약회사 직원 동원을 요구한 적은 결코 없다”면서도 “일반 회원들의 일탈이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집회로 여의도 일대에선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 “3일까지 돌아오면 선처”… 복귀는 극소수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공의들이) 불법적으로 의료 현장을 비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부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공의들이) 불법적으로 의료 현장을 비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부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방송에 출연해 “오늘(3일)까지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도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 정부 스탠스가 변한 건 전혀 없다”며 “복귀하지 않은 분에 대해선 불가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공의 대다수는 3일 밤까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추가 복귀 전공의는 거의 없다”고 했다. 부산과 대전, 광주, 경남 등에서도 연휴 기간 돌아온 전공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기 안양시 한림대성심병원에선 사직서를 냈던 50명 중 일부가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병원들은 임용 포기 의사를 밝힌 전임의 예정자들이 4일부터 출근하지 않을 경우 의료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빅5 병원 의사의 16%가량이 전임의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에게 미안하다며 망설이면서도 본인들까지 빠지면 병원이 마비된다는 걸 알기에 마음을 돌리는 전임의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의대증원#집회#면허정지#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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