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대항력 포기’ 물건, 낙찰 유의해야[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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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대항력 포기’ 법원이 최종 결정
조건부 포기도 있어 내용 확인해야
HUG 홈페이지에 대항력 포기 물건 공개

서울 강서구에 소재한 다세대주택이 경매로 나왔다. 감정가격은 2억9000만 원, 거주하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은 2억8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감정가격 대비 임차인의 보증금이 거의 100%에 가까워 전형적인 깡통전세 주택이다. 주택 시장 침체와 전세사기로 빌라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항력 있는 임차인까지 있어 이 경매 사건은 유찰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임차인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전액을 회수했을 것이다. 다만 보증을 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대위변제한 채권 전액을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HUG가 신청한 경매 주택을 살펴보면 위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 채권 회수 비중은 작아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손실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HUG에서는 임차인으로부터 승계한 대항력을 포기하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대항력을 포기하는 경매 사건에는 ‘인수조건변경부(대항력 포기) 확약서’라는 서류를 해당 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낙찰자의 보증금 인수 부담을 없앰으로써 채권 일부라도 신속하게 회수하기 위함이다. 사건 리스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항력을 포기하는 경매사건의 기준은 추정되는 낙찰가격보다 HUG에서 대위변제한 금액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이다. 대부분이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다른 유형의 공동주택보다 낙찰가 추정이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수차례 유찰된 사건 위주로 인수조건변경부 확약서가 제출될 가능성이 크다.

주의할 점은 대항력 포기 확약서를 제출했더라도 최종적으로 법원이 받아들인 사건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HUG 측의 공지가 있더라도 법원에서는 낙찰자 인수 부담으로 경매를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매각기일 일주일 전 법원에서 공개하는 매각물건명세서를 통해 ‘대항력 포기’ 조건이 달렸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조건부로 대항력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낙찰가격이 감정가 대비 60% 이상일 경우에 대항력을 포기한다’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건별로 매각조건을 확인해야 하고, 실제 거래가격 등과 비교한 후에 입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실제로 HUG에서 경매 신청을 한 주택 중에서 대항력 포기 조건이 없고, 여러 차례 유찰로 감정가 대비 10% 아래에 낙찰된 몇몇 사건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봤다. 그런데 소유권이 변경됐음에도 HUG가 승계한 임차권 등기가 1년 가까이 그대로 남아있는 물건이 꽤 발견됐다. 낙찰자가 잘 모르고 낙찰받은 후 인수할 보증금을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아울러 해당 물건을 낙찰받은 낙찰자가 꼼수를 부려 근저당권 등 다른 채권을 설정하거나, 임차권이 등기된 상태로 다른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해당 물건에 전월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의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hug#경매 주택#대항력 포기#낙찰 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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