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英과 원전 MOU 9건… “野는 예산 깎아 수출 악영향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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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英 국빈 방문]
尹 국빈방문 계기, 원전 협력 추진
英과 신규원전 협의 4년만에 재개

英 국빈방문 尹대통령, 찰스 3세와 황금마차 타고 이동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이 끝난 뒤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함께 백마 네 필이 끄는 1호 황금마차에 올라타 1.6km 
떨어진 환영 오찬 장소인 버킹엄궁으로 이동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5월 대관식을 치른 찰스 3세가 초청한 첫 번째 국빈이다.
 공식 환영식에서 영국 왕실 근위대 사열 때 의장대와 군악대가 연주하는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런던=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英 국빈방문 尹대통령, 찰스 3세와 황금마차 타고 이동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이 끝난 뒤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함께 백마 네 필이 끄는 1호 황금마차에 올라타 1.6km 떨어진 환영 오찬 장소인 버킹엄궁으로 이동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5월 대관식을 치른 찰스 3세가 초청한 첫 번째 국빈이다. 공식 환영식에서 영국 왕실 근위대 사열 때 의장대와 군악대가 연주하는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런던=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영국이 22일(현지 시간) 원전 협력 양해각서(MOU) 9건을 체결하고 신규 원전 건설 참여 협의를 본격 추진한다. 2019년 한국전력의 영국 신규 원전 사업(무어사이드) 인수 불발 4년여 만에 관련 협의가 재개될 기반이 마련된 것.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과 원전 수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원전 수출보증 관련 예산 등 원전 생태계 정상화 예산 1813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세계 각국이 수소, 원자력 등 무탄소 에너지 기술 개발과 사업 수주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예산 삭감이 최종 확정되면 수출과 기술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22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클레어 쿠티노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장관이 원전 협력 양해각서(MOU)를, 한국전력기술이 영국 엔지니어링 기업과 원전 설계 기술 개발 인허가 자문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원전 전(全) 주기에 걸친 협력 관계 구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료(i-SMR) 기술 개발 사업(333억 원) 등 원전 예산을 삭감한 데 대해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내년 원전 생태계 회복 예산이 삭감될 경우 수출 전선에 끼칠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기존의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 인공지능(AI), 디지털, 원전, 우주과학, 바이오, 양자기술,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 협력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담은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한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이 5월 대관식 이후 처음으로 초대한 국빈이다.

英, 예포 41발 환영… 尹, 찰스3세와 황금마차로 버킹엄궁 이동


英왕실, 국빈자격 초대 최고 예우
尹, 英의회 연설서 6·25파병 거론… “영국군 숭고한 희생 영원히 기억”
양국 훈련 확대-FTA 개선협상 등… 수낵 총리와 ‘다우닝가 합의’ 채택

“For this friendship may so happy prove, to turn our challenges to pure opportunity(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 주리라).”

국빈 환영식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 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애국가 연주에 맞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왕실 근위대를 사열할 때 아리랑이 연주됐고 
의장대장은 한국어로 사열 준비 보고를 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 여사, 윤 대통령, 찰스 3세 영국 국왕, 커밀라 왕비, 찰스 
3세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런던=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빈 환영식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 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애국가 연주에 맞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왕실 근위대를 사열할 때 아리랑이 연주됐고 의장대장은 한국어로 사열 준비 보고를 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 여사, 윤 대통령, 찰스 3세 영국 국왕, 커밀라 왕비, 찰스 3세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런던=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런던의 영국 의회 로열 갤러리에서 진행한 의회연설에서 이같이 밝히자 장내에선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올해 양국 수교 140주년을 맞은 한영 협력의 기대감을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 국빈 방문에 앞서 영국 악센트를 틈틈이 연습했던 윤 대통령의 영어 연설은 4월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미 상하원 의회 연설에 이어 두 번째다.

● 尹 “英에 베컴의 오른발, 韓에 손흥민 오른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11.22. [런던=뉴시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영국은 근현대 세계사의 개척자였다. 자유민주주의의 주춧돌을 놓고 시장경제 질서를 꽃피웠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8만 명의 군대를 영국이 파병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는 행동으로 기억된다’는 글로스터 부대의 구호처럼 영국군의 숭고한 희생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대한민국의 명예 보훈장관인 콜린 태커리 옹을 모셨다”며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11.22. [런던=뉴시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을 마친 뒤 존 프란시스 맥폴(오른쪽) 상원의장의 감사 인사를 경청하고 있다. 맨 왼쪽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왼쪽 세번째는 린지 호일 하원의장. 2023.11.22. [런던=뉴시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는 윈스턴 처칠 총리 발언을 인용하며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고 했다. 이어 “영국과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처하면서 가상화폐 탈취, 기술 해킹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하자 장내에 박수가 쏟아졌다.

● 아리랑 연주 근위대 사열, 한국어로 사열 보고


전신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왕실 근위대를 사열하고 있다.2023.11.22. 사진공동취재단
전신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왕실 근위대를 사열하고 있다.2023.11.22. 사진공동취재단
영국 왕실은 찰스 3세 영국 국왕 대관식 이후 첫 국빈 자격으로 초대한 윤 대통령과 한국 수행단에 최고 수준의 예우를 준비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는 21일(현지 시간) 공식 환영식에 앞서 직접 윤 대통령 부부의 숙소를 찾아 영접했다. 두 부부는 환담을 나눈 뒤 자동차를 나눠 타고 공식 환영식장인 호스가즈 광장까지 함께 이동했다. 국빈 방문에 따라 최고 예우로 41발의 예포에 이어 윤 대통령 부부는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왕실 근위대를 사열했다. 보통 국가 원수 방문 때는 21발 발사한다. 영국 의장대와 군악대는 한국 민요인 아리랑을 연주했다. 의장대장은 한국어로 사열 준비 보고를 했다.

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런던 버킹엄궁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3.11.21. [런던=뉴시스]
윤 대통령은 환영식 후 찰스 3세와 함께 황금마차를 타고 ‘더몰(the mall)’이라 불리는 대로를 따라 1.6km 떨어진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총 7대의 마차 중 백마 네 필이 끄는 1호 ‘아일랜드 마차’에는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2호 ‘호주 마차’에는 김건희 여사와 커밀라 왕비, 3∼7호에는 양국 장관들, 한국 측 수행원 등 핵심 참모들이 탑승했다. 영국은 왕실의 크고 작은 행사에 마차를 사용하고 있다.

AP 뉴시스
AP 뉴시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 픽처 갤러리에서 한국 관련 왕실 소장품을 관람하고 있다. 2023.11.22.사진공동취재단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 픽처 갤러리에서 한국 관련 왕실 소장품을 관람하고 있다. 2023.11.22.사진공동취재단
공식 환영식과 환영 오찬, 의회연설, 국빈 만찬에 이어 윤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할 예정이다.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을 위한 양국 협상도 재개된다. 윤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이번에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찾아 무명 용사의 묘에 참배하고 있다. 2023.11.22.뉴시스
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찾아 무명 용사의 묘에 참배하고 있다. 2023.11.22.뉴시스
특히 양국은 합동 훈련을 확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 순찰을 추진하는 등 협력 수위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공동 입장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태평양-중동 정세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공조 수위도 격상한다.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도 강화한다. 방산 공동 수출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방산 협력을 발전시키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런던=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영국#국빈 방문#원전 mou#수출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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