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뜬 ‘한국판 사드’ …尹 “北, 핵 사용땐 정권 종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6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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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지미사일 현무가 26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대지미사일 현무가 26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군은 실전적인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로 안보 위기를 고조시킨 북한을 향해 ‘정권 종식’을 거론하며 경고 메시지 강도를 한층 높인 것. 이를 위해 군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열린 시가행진 등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첨단무기를 총출동시켜 굳건한 준비 태세와 ‘힘에 의한 평화’를 부각했다.

● 尹 “핵무기가 안위 지켜주지 못해” 경고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우리 국군의 최신예 무기와 군 장비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우리 국군의 최신예 무기와 군 장비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핵 위협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자,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제 한미동맹은 핵을 기반으로 하는 동맹으로 고도화됐다”며 “한미 핵협의그룹을 통해 미국의 핵자산과 우리의 비핵자산을 결합한 일체적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북한의 공산세력, 그 추종세력의 가짜 평화 속임수에 결코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교란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우리 국군의 최신예 무기와 군 장비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우리 국군의 최신예 무기와 군 장비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는 170여 기의 무기 장비와 4600여 명의 장병이 참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을 쓰지 못하도록 강력한 핵억제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더 분명하게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초음속 핵미사일 요격 ‘한국판 사드’ 첫 선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마련된 단상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장비부대 시가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마련된 단상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장비부대 시가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특히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인 고위력 현무 지대지탄도미사일이 이날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군은 세부 제원을 밝히진 않았지만 현무2를 개량한 현무4로 알려졌다. 현무4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우리 군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의 결과물이다. 탄두 중량이 2t이 넘고, 사거리가 800km에 달해 북한 전역의 지휘부 벙커와 핵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공대지유도폭탄(GBU-57)보다 2~3배의 파괴력과 지하 관통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초음속으로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도 처음 공개됐다. 한국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L-SAM은 40~70km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적 탄도미사일을 ‘직격파괴(hit to kill)’할 수 있다. 2020년대 후반 배치되면 이날 함께 공개된 천궁·패트리엇 요격미사일과 함께 ‘북핵 방패(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더 촘촘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마련된 단상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지켜보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마련된 단상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지켜보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병력 감축과 미래전 양상에 대비하는 무인(無人) 전력도 대거 등장했다. 최근 양산이 결정된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MUAV)는 최대 100km 떨어진 표적을 감시할 수 있다. 다른 주요 무기와 달리 MUAV는 시가행진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전 열린 기념식에만 등장했다. 이외에도 가오리 형태의 소형 스텔스 무인기와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 자폭형 무인기도 처음 공개됐다. 해검 등 무인수상정과 최대 1개월가량 물속에서 북한 잠수함 등을 감시할 수 있는 무인잠수정도 눈길을 끌었다.

80㎞ 밖의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천무’ 다연장로켓과 K2전차와 K9자주포 등 K-방산의 주력 무기들도 총출동했다.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8200t)은 VR(가상현실)로 재현돼 시가행진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7월 진수한 정조대왕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 및 지휘부 원점타격 능력을 갖췄다. 2024년 말 해군에 인도돼 전력화 과정을 거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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