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로 난치병 극복” 국내 치료길 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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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바이오, 세포 배양 허가
전남대병원 등 의료기관과 협업
NKT세포 활용한 항암 임상 연구
국내 재생치료 규제 완화 움직임

광주에서 처음으로 인체 세포 등 시료를 배양, 가공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샹그리라바이오의 세포제조실. 샹그리라바이오 제공
광주에서 처음으로 인체 세포 등 시료를 배양, 가공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샹그리라바이오의 세포제조실. 샹그리라바이오 제공
광주에 본사를 둔 첨단 바이오의약품 제조기업이 정부로부터 향후 면역세포를 활용해 희귀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 세포를 배양하고 가공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 이르면 하반기 임상 시험
광주 서구에 자리한 샹그리라바이오(대표 윤택림)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에 따른 인체 세포 등 관리업 허가를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샹그리라바이오는 지난해 10월 식약처로부터 ‘첨단 바이오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취득한 데 이어 올 2월 세포처리시설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인체 세포 등을 배양하고 검사하며 재생의료기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게 됐다. 광주에서 인체 세포 등 시료를 공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곳은 샹그리라바이오가 처음이다.

샹그리라바이오는 NKT세포(Natural Killer T-cell·자연살생세포)를 이용한 면역세포 치료에 관한 국내 특허 독점실시권을 갖고 있다. NKT세포 치료법은 환자에게서 성분 채혈을 한 뒤 필요한 특정 세포만을 분리하는 과정을 통해 세포에 리간드(수용체에 결합하는 항체·호르몬·약제 등의 분자)를 결합시킨 뒤 환자에게 투여한다. 체내에서 NKT세포를 활성화시켜 NK세포, T세포, 수지상 세포 등의 모든 면역세포 기능을 높여 암세포에 대항하게 하는 원리를 이용해 암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노벨상을 여러 명 배출한 일본 국립이화학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돼 현재 일본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다른 항암 세포 치료에 비해 유전자 조작과 장기 배양 등의 과정이 없어 제조 과정에서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작고 조기에 제조할 수 있어 환자에게 빨리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샹그리라바이오는 올 하반기부터 전남대병원 등 재생의료 실시 의료기관과 협업해 NKT세포를 이용한 항암 면역세포 치료에 대한 임상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 바이오 헬스 규제 완화 움직임
2020년 시행된 첨생법에 따르면 연구 목적 임상에 참여했거나 상업화를 위한 치료제 개발 임상에 참여해야만 이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아니면 치료제가 정식 승인을 받고 출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에 따라 면역세포나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환자가 매년 1만∼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원정 치료 대부분은 국내에서도 가능한데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다 보니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연구뿐 아니라 치료 목적 재생의료 시술도 허용하는 첨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줄기세포나 T세포, NK세포 같은 면역세포를 활용한 첨단 재생치료 시술을 국내 의료기관에 돈을 내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문가 심사를 거쳐 안전성 등이 확보되면 연구뿐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도 첨단 재생치료 시술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첨단 재생의료 실시 기관으로 인정한 의료기관에 한해서다. 보건복지부도 3월 바이오 헬스 규제 혁신 방안을 통해 이 같은 정책 방향을 검토한 바 있다.

윤택림 샹그리라바이오 대표는 “국내 배양 및 가공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인 만큼 규제가 완화되고 서비스가 확대되면 더 많은 환자가 의료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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