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가족 위해 ‘동반가정 등록제’ 도입하자” 비혼(非婚) 출산 늘리기에 쏟아진 아이디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0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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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위기 극복 위해 비혼 출산 지원 필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 정기 세미나
“가족의 범위 더 넓혀야” 제언

감사원이 예측한 향후 100년 동안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 변화.
감사원이 예측한 향후 100년 동안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 변화.
한국은 매년 출산과 관련해 각종 세계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다른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출산 분야가 있다. 바로 혼인한 가정이 아닌 동거 등 비혼 가정에서 태어난 출생아 비율이다.

2018년 기준 한국에서 태어난 출생아 중 2.2%만이 비혼 가정에서 태어났다.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혼외 출생률은 41.5%에 달했다. 만약 한국이 OECD 평균 수준의 혼외 출생률을 보였다면 그 해 합계출산율은 단순 계산해도 1.55명까지 뛰어오른다. OECD 평균(1.61명)에 근접한 수치까지 오르는 셈이다.

OECD 주요국의 혼외 출생률 1970년, 1995년, 2020년 비교. 한국과 일본은 혼외 출생률이 유독 낮을 뿐 아니라 연도별로 큰 변동이 없는 점이 눈에 띈다.
OECD 주요국의 혼외 출생률 1970년, 1995년, 2020년 비교. 한국과 일본은 혼외 출생률이 유독 낮을 뿐 아니라 연도별로 큰 변동이 없는 점이 눈에 띈다.

최근 한국의 인구소멸 위기의 해결 방안으로 이 같은 비혼 출산에 주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인구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은 2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인구정책으로서의 비혼 출산’이라는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OECD 국가들은 신생아 수의 약 40%를 혼외 출생으로 보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초(超)저출산의 일정 부분은 혼외출산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혼외출산 비율이 유독 낮을까. 이는 유럽과 다른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사회의 문화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유럽과 북미에서는 혼인이 사라진 자리에 동거 형태의 비혼 가정이 자리를 잡았다”며 “하지만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이 가속화되면서 혼인이 줄어든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독신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혼인을 하지 못하게 되자 서구에서는 동거 형태의 새로운 가족 형태가 등장했지만, 한국은 그대로 독신으로 남아 급격한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비혼 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 교수는 ‘동반가정 등록제(가칭)’ 도입을 제안했다. 혼인의 테두리를 벗어난 ‘방종’으로 비치는 동거 대신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동거인에게 부모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 골자다. 또 동거인에 대해 △국민의료보험 피부양자 등록 등 가족복지서비스 적용 △병원에서 수술동의서 등을 작성할 때 법적인 배우자로 인정 △각자의 재산을 관리 및 처분할 수 있는 별산제 △부모 합의 하에 자녀 성(姓) 선택 △동거인의 가족과는 친인척관계 미형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김 교수는 “유럽도 반 세기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혼외출생율이 2~8% 수준에 그쳤다”며 “한국도 비혼 동거 커플이 당당히 부모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열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세미나에서 김종훈 회장(왼쪽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일 열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세미나에서 김종훈 회장(왼쪽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주제발표 이후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아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송 교수는 “저출산 정책 지원 대상을 부모 중심에서 자녀 중심으로 바꿀 때”라며 “국가가 아이가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집중하면, 부모의 혼인 상태는 정책 설계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족의 의미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가족은 움직이는 삶의 단위”라며 “개인이 선택한 삶에 대해 사회적 낙인을 찍는 현상이 바뀌지 않으면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종훈 한미연 회장은 “최근 방한한 세계적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교수도 ‘합계출산율 1.6명이 넘는 국가 중 비혼 출산율이 30% 미만인 국가가 없다’고 강조했다”며 “한미연에서는 비혼 출산은 향후 인구문제 해결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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