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탄광’ 화순광업소 118년만에 문 닫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5일 2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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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산업전사라고 불렸는데 이제 쓸모가 없다고 버려지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30일 문을 닫는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의 손병진 노조지부장(56)은 “평생 석탄을 캐온 광부들이 용접이나 도색 등 생소한 일을 찾고 있다. 막막한 심정”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1905년 탄전이 발견되며 국내 1호 탄광으로 등록된 화순광업소가 118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는 것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석탄 감산과 재정절감, 탄광 근로자 안전 등을 이유로 조기 폐광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전남 화순군 동복면·동면·한천면·이양면·청풍면 일대에 걸쳐 있는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가 이달 30일 문을 닫는다. 화순군 제공.
전남 화순군 동복면·동면·한천면·이양면·청풍면 일대에 걸쳐 있는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가 이달 30일 문을 닫는다. 화순군 제공.
화순광업소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부터 무연탄 생산을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확장되며 지상에서 수직으로 480m 깊이까지 지하 18개 층마다 갱도가 만들어졌는데 총 갱도 길이는 88㎞에 달한다.

1970년대 두 차례 두 차례 석유 파동을 거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1980년대 중·후반에는 연간 70만5000t의 무연탄을 생산했고 화순 동면의 인구가 1만 명을 넘었다. 박연 화순군 동면 번영회장(65)은 “모든 음식점과 술집에서 광업소 다닌다면 외상을 줬고, 공무원을 그만두고 광업소로 이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광부들이 채탄을 위해 탄광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한석탄공사 제공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광부들이 채탄을 위해 탄광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한석탄공사 제공


화순광업소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아 정부가 석탄 사용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0년대 액화천연가스(LNG)로 난방 수단이 바뀌고 정부의 석탄 감산 정책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며 조기 폐광으로 내몰렸다. 동면 인구는 5월 기준으로 32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산업부는 화순광업소를 시작으로 2024년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 2025년 강원 삼척 도계광업소 등을 차례로 폐광할 방침이다. 화순광업소의 근로자 수는 274명인데 이 중 3분의 1 가량이 40, 50대 근로자들이다. 정부는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에게 1인당 평균 2억60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전남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폐광으로 직장을 잃게 된 근로자들의 재취업을 도울 방침이다. 21일에는 조선업 취업 박람회 연다. 손 지부장은 “광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폐광 대체 산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순=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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