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알라딘이 털렸다…해킹으로 e북 5000권 유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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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권 e북파일 SNS 불법유통
출판사 500곳 베스트셀러 다수

이민진의 장편소설 ‘파친코’(2022년·인플루엔셜·사진)와 정세랑의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2015년·민음사), 정유정의 장편소설 ‘내 심장을 쏴라’(2009년·은행나무)….

출판계 베스트셀러가 최근 온라인 서점 알라딘 전자책(e북) 해킹으로 대거 유출된 사실이 31일 확인됐다. 본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알라딘 e북 5000여 권의 파일 가운데 ‘파친코’ 등 일부 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별다른 절차 없이 수백 쪽에 이르는 책 전문을 전자책 뷰어로 바로 읽을 수 있었다. 본보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한국저작권보호원이 피해 출판사들에 보낸 파일을 전해 받았다. 유출된 책들은 보안 장치인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고, 보안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는 ‘개방형 자유 전자서적 표준(Epub)’ 형식으로 제작됐다.

유출이 확인된 5000여 권 전체 목록을 분석한 결과 문학동네와 민음사, 창비 등 국내 유명 출판사의 베스트셀러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피해 출판사는 500곳 이상으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달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 채팅방에는 “알라딘에서 전자책 100만 권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며 알라딘 측에 35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글과 함께 5000여 권의 e북 파일이 올라왔다. 당시 채팅방엔 3200명이 들어와 있었기에 유출된 파일이 추가 확산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수사 중이다.

알라딘은 “피해 규모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한 복제가 가능한 e북 특성상 이번 사건으로 출판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피해 출판사로부터 법률 대응 위임장을 받고 있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추후 알라딘을 상대로 보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알라딘 e북 해킹#파친코#보건교사 안은영#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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