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사는 ‘플렉스’? 이젠 중고거래로 실속 소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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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 MZ세대 놀이문화로 떠오른 ‘짠테크’
중고거래로 눈 돌리는 청년층
“가격 저렴” 중고 거래 플랫폼 활발
필요 없는 물건 팔아 수익 창출까지

“중고가 훨씬 저렴한데 새 제품을 살 이유가 없었어요.”

직장인 이모 씨(27)는 지난달 자기계발에 꼭 필요한 태블릿PC를 중고 거래로 80만 원에 샀다며 24일 이렇게 말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씨는 ‘플렉스(flex·과시형 소비)’를 일삼았다. 지난해 프랑스 여행에선 800만 원가량 되는 명품 가방도 거침없이 구매했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비싸다는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와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생각이 바뀌면서 플렉스를 그만두기로 했다. 이 씨는 “태블릿PC를 중고로 사면서 30만 원을 절약했다”며 “아예 소비를 안 할 순 없으니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당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최근 절약을 위한 중고 거래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중고로 사고, 그동안 쓰던 물건 중 필요가 없어진 건 중고로 파는 식이다.

직장인 정소영 씨(27)는 지난해까진 매달 월급의 3분의 2가량을 썼지만 최근 고물가 부담에 결혼 준비까지 겹치면서 기존에 있던 물건들을 팔기 시작했다. 정 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 물건은 219개에 달한다. 정 씨는 “요즘은 사지 않고 팔기만 하는데 지금도 90개를 팔고 있다”며 “불필요하거나 버릴 것들을 판매하니 새 수입원이 생긴 느낌”이라며 웃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올 초 발간한 ‘미래 중고 패션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번개장터에서 이뤄진 중고 패션 거래 중 MZ세대의 참여 비율은 78%에 달했다.

명품을 쓰다가 일정 시간 후 되파는 ‘리셀테크’(재판매·Resell+재테크)도 늘고 있다. 미국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5)는 “백화점에서 540만 원에 산 명품 가방을 2년 동안 사용하다가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500만 원에 팔았다”며 “제품 가치를 만끽한 후에 제값에 가까운 가격에 팔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도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둔화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절약은 긍정적인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이에 따라 소비 성향도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금리와 물가 등이 오르기 전에는 모두 잘사는 것처럼 보이다 보니 ‘나도 플렉스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며 “최근에는 다들 힘들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중고 거래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짠테크#중고거래#실속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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