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 지원정책 재검토해야[기고/류원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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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용 대한변협 전세사기TF 대책위원(변호사)
류원용 대한변협 전세사기TF 대책위원(변호사)
최근 기승을 부리는 역전세난 및 전세사기는 올해 하반기 및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2020∼2021년 전세가가 역대 최고였던 만큼 전세 기간 만기로 전세금을 돌려주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사기라는 용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전세사기는 ‘조직적 전세사기’와 역전세로 인해 갭투자한 사람들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경우로 나뉜다. 현재 전세사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전세사기특별법안이 만들어졌고 여야 합의가 진행 중이다. 여야의 법률안 모두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라는 점은 같다. 현재 1∼4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 보증사고 금액은 1조830억 원으로 올해 HUG 전세 보증사고 금액은 최소 2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현재 전세 비중은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지난해 12월 47.3%까지 줄었다가 3월 61.5%로 증가하였으며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세 비중도 올해 들어 1월 50.3%, 2월 52.9%, 3월 56.8% 등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 국민들은 당장의 월세를 지급하는 것보다 미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전세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전세로 살고자 하는 국민의 의사는 존중돼야 하고 각자의 판단에 따른 선택을 막을 수는 없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지원 전세대출이나 전세대출이자 지원 등으로 전세를 지원하고 사실상 장려하고 있다. 이렇게 장려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또 정부가 피해 대책을 지원하는 셈이다.

전세 지원의 취지는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이를 장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전세 비중이 상승하고 있는 것에는 정부의 전세 지원을 받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전세보증보험 확대나 의무화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결국 보증보험으로 지급되는 돈도 국민의 세금이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 주거 지원 정책은 다른 방식으로 점차 바뀌어야지 현재와 같이 전세를 지원하는 방법은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전세사기 피해 및 전세보증사고 금액이 몇조 원을 넘어 10조 원 단위 규모로 불어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계속 지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거 지원 정책을 펴는 것은 국민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 방법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주거 지원 정책에 대한 다양한 정책 및 지원 방법을 모두 검토하고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처럼 공익법인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미국처럼 주거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영국의 대학-학생 연합 주거 서비스 비영리기관 유니폴처럼 민간 소유 임대주택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국민적·사회적 협의 과정 및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더 나은 주거 지원 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류원용 대한변협 전세사기TF 대책위원(변호사)
#정부#전세 지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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