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금융시장 요동… 대선 결선투표까지 ‘혼돈의 2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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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불확실성 속 주가-환율 출렁
3위 오른 오안, 양측 사이 줄타기
결선 결과 예측 더 어렵게 만들어
여론조사와 달리 에르도안 선전에… 美매체 “정권의 소셜미디어 통제 탓”

14일 치러진 튀르키예(터키) 대선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왼쪽 사진)과 2위를 기록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 다만 두 후보 모두 과반을 얻지 못해 28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진다. 
앙카라·테키르다=AP 뉴시스
14일 치러진 튀르키예(터키) 대선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왼쪽 사진)과 2위를 기록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 다만 두 후보 모두 과반을 얻지 못해 28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진다. 앙카라·테키르다=AP 뉴시스
14일 치러진 튀르키예(터키) 대선이 박빙 승부 끝에 결선 투표로 이어지면서 28일 투표일까지 ‘혼란의 2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2위 6개 야당 단일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 모두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3위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는 양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형국이다. 선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또한 증폭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까지 자신들과 노선이 비슷한 에르도안 대통령,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사실상 각각 지지하고 있어 결선 투표는 ‘세계적인 정치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몸값 높아진 ‘킹메이커’ 오안
오안 대표는 15일 현지 방송에 출연해 조만간 결선 투표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밝히겠다며 “(나의 결정이) 결선 투표의 승자를 가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정치 의제에 대한 만남과 토론은 자연스럽다”면서 두 후보와 직접 만나 자신의 조건을 협상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았다.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44.9%를 얻었다. 양측 격차가 4.6%포인트에 불과해 5.2%를 얻은 오안 대표의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오안 대표는 강력한 반(反)난민, 반쿠르드족 성향이어서 이들에게 온정적인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게 비판적이다. 동시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교분리’의 건국 이념을 위배하고 ‘신정일치’ 노선을 걷는 것 또한 비판하고 있다. 그는 15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난민을 원래 국가로 돌려보내야 한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친쿠르드 정당과 갈라서겠다고 동의할 때만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다만 오안 대표의 지지층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좀 더 가깝다. 1차 투표와 같은 날 치러진 총선에서도 집권 정의개발당이 전체 600석 중 과반이 넘는 322석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그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자신의 요구 조건을 계속 압박한 후 최종 지지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20년을 집권하며 미디어를 통제해 왔기 때문에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에르도안 정권은 앞서 야권의 주요 선거 수단인 소셜미디어를 통제하고 야당 인사 12명의 계정까지 차단했다.

● 금융시장 요동… 미-러도 촉각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에 요동치고 있다. 15일 이스탄불 증권거래소는 개장 전 지수가 6.4% 급락하자 약 35분간 거래 중단을 위한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이날 정규장은 전 거래일 대비 6.1% 하락했다. 리라 가치 또한 하락세를 거듭했다. 같은 날 리라 가치는 미 달러 대비 19.7리라까지 떨어져 2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기반인 서민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물가 안정 대신 성장을 우선시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역행하며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 리라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러시아는 튀르키예 대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에르도안 정권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친러 노선을 고수한 반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친서방 노선이다.

미 CNN은 ‘스트롱맨’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민주주의 확산’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내정간섭으로 비칠 우려에 “나는 그저 이기는 사람이 이기기를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러시아와 터키의 협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튀르키예(터키) 대선#혼란의 2주#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케말 클르츠다로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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