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주서 짝짓기, 지구서 후손 본 유일한 육상동물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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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서 ‘특권적 지위’ 누려온 인류
동물 학대-무차별적 사냥 일삼기도
과학-인문학 오가는 동물 이야기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사이먼 반즈 지음·오수원 옮김/728쪽·3만3000원·현대지성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주에서도 혼자가 아니다. 지구에서도 혼자가 아니다. 야생에서도, 농촌에서도, 도시에서도, 집에서도… 모낭충이 우리 얼굴 피부에서 함께 살고 있지 않은가.”

상이한 두 종의 상호관계를 공생이라고 한다면 저자의 이 문장처럼 인간은 동물과의 공생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에서 특권적 지위에 있다는 오만함 속에 다른 동물을 하등한 존재로 취급하기 일쑤다.

곰 인형이나 ‘곰돌이 푸’ 같은 캐릭터로 사랑받는 곰이지만 인간이 현실의 곰에게도 친절한 것만은 아니었다.

책에 따르면 16∼19세기 잉글랜드에서는 ‘베어 베이팅(bear baiting)’이라는 잔인한 놀이가 유행했다. 묶어놓은 곰을 개들이 골리고 물어뜯게 하거나, 구덩이에서 곰과 다른 동물을 싸움 붙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새끼 곰을 금속제 바닥에 올려놓고 아래서 불을 땠다. 뜨거움을 참지 못한 곰이 발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는 모습을 ‘춤을 가르친다’며 즐겼다고 한다. 고리로 곰의 코를 뚫어 밧줄로 건 채 그랬다.

영국 더 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야생동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낸 저자가 동물 100종류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찰스 다윈은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크지만, 그것은 양적인 차이지 질적인 차이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사우스다코타에서는 해마다 사냥꾼 20만 명이 꿩 100만 마리 이상을 사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먹기 위한 것도 아니어서 사냥된 꿩은 많은 수가 버려진 채 그대로 썩는다.

인류의 무차별적 사냥은 역사가 깊다. 호주에서는 인간이 거주하기 시작한 이후인 지난 4만 년 동안 대규모 육상 척추동물의 90%가 사라졌다.

과학과 인문학을 가볍게 오가는 전개와 흥미로운 이야기에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우주의 무중력 환경에서 짝짓기에 성공하고 지구로 귀환해 자손을 낳은 유일한 육상동물은? 바퀴벌레라고 한다. 2007년 러시아인들이 우주로 보냈던 이 바퀴벌레에는 ‘나데즈다’라는 이름이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특권적 지위#베어 베이팅#인간과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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