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엄 문건’ 책임자 귀국… 실체 엄정 규명해 5년 논란 끝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00시 00분


코멘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5년 3개월 만인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인천=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5년 3개월 만인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인천=뉴시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앞두고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어제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직후 검찰에 체포됐다. 그해 12월 미국으로 간 지 5년 3개월 만의 귀국이다. 조 전 사령관은 “계엄 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 귀국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도주한 것이 아니고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고도 했다.

계엄 문건 의혹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7월 여당 의원과 군인권단체가 처음 공개하면서 군의 ‘내란음모’ ‘쿠데타 모의’ 아니냐는 거센 정치적 논란과 함께 기무사의 해체 및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지사)로의 재편까지 낳은 사건이다. 이 문건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후 초래될 소요사태와 국정혼란에 대비한 위수령 발동과 계엄 선포 방안이 담겼다. 또 ‘대비계획 세부자료’엔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정족수를 못 채우도록 시위 참석 의원들을 집중 검거하거나 보도검열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는 계획까지 담겨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최악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단순 검토 보고서였는지, 실제 작전을 위한 실행계획이었는지 그 성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군과 검찰이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3개월 동안 수사했지만 쿠데타 음모 같은 증거를 찾지 못했고, 결국 조 전 사령관의 해외 도주로 실체를 밝힐 수 없다며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TF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등 3명을 계엄 문건 왜곡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안지사로 개편됐던 군 방첩·보안기구는 다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제 스스로 그 책임자라고 밝힌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함에 따라 중단됐던 검찰 수사가 재개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야당에선 정권 교체 뒤에야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한 것을 두고 ‘기획입국’이 의심된다며 또다시 정치적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형국이다. 검찰 수사가 조 전 사령관의 입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문건 작성 경위와 보고 라인, 실제 조치 여부 등 그 실체를 철저하고 명확히 밝혀내야 지난 5년의 무성했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계엄 문건#책임자 귀국#5년 논란#기획입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