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방산강국으로 질주… 올해 눈부신 활약 기대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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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자주국방]
지난해 역대 최고 24조 원 수주 해외시장서 국산 무기 존재감 커져
유럽-중동-동남아 등서 러브콜 지난달 UAE 방산 전시서 큰 관심
수출 경쟁력 높이려면 과도한 규제 없애고 제도 보완 선행돼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촉발된 글로벌 군비 확장 기조와 한국 무기의 우수성이 재조명되면서 ‘K 방산’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와의 대규모 무기 납품 계약 등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고를 달성한 국내 방산업체들은 올해도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우수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신속한 납품, 안정적인 후속 군수 지원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한국산 무기에 대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를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선 규제 철폐와 제도 보완 등 범정부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73억 달러 역대급 수주 ‘잭팟’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산업체의 수주 규모는 173억 달러(24조 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K9 자주포와 천궁-Ⅱ, K2 전차, FA-50 경공격기, 천무 등 주요 국산 무기들이 유럽과 중동, 동남아 국가들과 잇달아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덕분이다.

특히 폴란드와는 수백 대의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 최대 40조 원(탄약·부품 포함)어치의 ‘수출 잭팟’을 터뜨렸다. 그 덕분에 국내 방산업체들은 지난해 역대급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폴란드에 K9 자주포를 수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6조5936억 원, 영업이익 375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36% 늘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수출 호조로 지난해 매출 3조1633억 원, 영업이익 1745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1% 늘었고, 영업이익은 83.9% 증가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지난해 매출 2조7869억 원, 영업이익 141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8.8%, 143.1%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 LIG넥스원은 매출 2조2208억 원, 영업이익 179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1.9%, 84.3% 증가한 규모다.

경제적 효과보다도 한국산 무기의 경쟁력과 K 방산의 실력을 세계가 주목하는 효과도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초 K 방산의 경쟁력을 다룬 기사에서 “냉전 종식 후 무기 생산 능력을 축소한 유럽과 달리 한국은 자국 군대 수요를 맞추고 대북 방어를 위해 강력한 방산 공급망을 유지해 왔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전통적 무기 생산국이 심각한 생산 부족에 직면했을 때 한국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옛 소련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뒤 군대 재정비와 무기 업그레이드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산 무기가 매력적인 옵션이 됐다고 보도했다.

추가 수주 등 K 방산 호황기 더 지속될 듯

22일(현지시간)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서 K2 전차가 하역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8월 폴란드 군비청과 180대의 K2 전차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로템 제공
22일(현지시간)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서 K2 전차가 하역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8월 폴란드 군비청과 180대의 K2 전차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로템 제공

지난해 체결한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납품이 시작되면서 올해 방산업체들의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수주건 외에도 중동과 유럽, 호주 등에서 한국산 무기에 관심을 보여 올해도 추가 수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출 낭보’도 날아들고 있다. KAI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FA-50 경공격기 18대(약 1조2000억 원)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폴란드와 48대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지 5개월 만의 추가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동일 기종으로 18대의 추가 도입도 계획하고 있어 수출 물량은 36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KAI가 동남아 국가와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에 이어 네 번째다. 계약 규모로는 동남아 국가 중 최대다.

세계적 무대에서 한국산 무기의 존재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 방산 전시회(IDEX)에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총출동해 한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수출 기반 다지기에 주력했다. 중동 환경에 최적화된 다목적 무인차량과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레이더, 소형 드론 등이 세계 각국 군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국제 방산 전시회는 자국 무기의 공식적인 홍보 창구인 동시에 실제 수출 계약이 이뤄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에선 국내 방산업체들이 사우디에 1조3200억 원의 수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선 사우디에 이어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중동발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가진 중동 시장이 K 방산의 주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한·UAE 정상회담에서 UAE는 한국에 4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양국은 전략적 방산 협력과 다목적 수송기 공동 개발 등 방산 분야를 비롯한 13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UAE와의 무기 공동 개발 및 생산, 기술 이전 등 방산 협력을 하나씩 구체화하게 되면 주변국인 사우디와 오만, 카타르 등으로 방산 협력 분야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폴란드는 신형 보병전투차(IFV) 확보 사업에 한국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 사업은 1970∼1980년대 도입한 옛 소련제 BWP-1 보병전투차 1000여 대를 새 기종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폴란드 역대 최대 규모의 무기 도입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한 폴란드가 기술 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체상금 대폭 완화 등 방산 경쟁력 강화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의 목표 달성을 하려면 과도한 규제 철폐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방산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성능과 품질 위주의 무기 체계 개발을 독려하는 법적·제도적 정비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도한 지체상금(납기 지연 시 업체가 내는 벌금)은 K 방산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꼽힌다. 방산업체들의 최근 5년간(2017∼2021년) 지체상금 부과액은 1조729억 원에 달하고 있다. 관련 소송도 최근 5년간 21건이나 된다.

업계에선 이달 초 국회 국방위원회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위사업계약에 관한 법률안(방위사업계약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도전적 무기 체계 연구개발 환경을 위해 개발자가 계약을 성실히 이행했을 때 지체상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근거 등을 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예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은 110일 납기 지연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지체상금이 발생했다”며 “방위사업 계약의 특수성을 외면한 법 적용을 고수할 경우 방산업계의 경쟁력은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저가 위주의 낙찰 방식을 개선하고 국내 업계의 해외 공동 연구개발을 재정적·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하는 뒷받침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新자주국방#k방산#한국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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