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파직-위리안치’ 악연 김기현-이재명…金, 첫날 “野무책임” 날세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9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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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의 새 당 대표에 선출된 김기현 대표는 이제 내년 총선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특히 두 사람은 2021년 대선 경선 국면부터 거친 공방을 벌였기 때문에 향후 여야 대표가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및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 2023.03.09.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및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 2023.03.09. 뉴시스
이 대표는 9일 김 대표를 향해 “신임 당 대표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잘하기 경쟁’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의 삶을 구하는 데 머리를 맞대자”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가 전날(8일) 당선 직후 “빠른 시일 내에 이 대표 등 야당 지도부를 만나겠다”고 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그러나 이런 덕담과 달리 두 사람은 국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 더해 각종 입법을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이미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첫 최고위원회 공개 발언에서 “당리당략에 매달리는 무책임한 민주당의 모습을 답습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권이 남긴 반(反)민생법, 반경제법 탓에 윤석열 정부의 민생이 군데군데 발목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표의 여론전이 이미 시작된 것.

여기에 두 사람의 구원(舊怨)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당시 야당 원내대표였던 김 대표는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 대표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등에 대한 공세를 주도했다. 계속된 공세에 당시 이 대표는 “김 원내대표는 봉고파직(封庫罷職·관가의 창고를 봉하고 파면함)에 더해서 남극 쪽에 있는 섬으로 위리안치(圍籬安置·죄인을 귀양 보내 울타리를 친 집에 가두는 형벌)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여권에서 유독 김 대표만이 필요 이상의 독설을 쏟아내며 감정 싸움을 유도하곤 했다”고 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03.09.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03.09. 뉴시스
이런 연유로 김 대표는 1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향후 이 대표와의 관계 설정과 관련해 “매일 아침 만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위리안치’까지 시켰으니 이 대표는 내가 미울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또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김 대표의 울산 땅 의혹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은 이미 당내에 ‘김기현 의원 땅 투기 의혹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상태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당장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된 특검법 처리를 두고 두 대표는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도 개편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23일부터 국회 전원위원회를 열어 선거제도에 대한 끝장 토론을 하기로 했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결국 두 대표가 정치적 담판을 지어야 할 수도 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도 선거구 개편 등을 위해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협상을 벌인 바 있다.

향후 두 대표의 관계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김 대표는 세게 공격하는 스타일이어서 두 사람이 두루뭉술하게 좋은 분위기로 관계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donga.com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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