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에 ‘친우크라 세력’ 개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8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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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독일 등 서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발트해 해저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의문의 사고로 폭발한 사건의 배후에 친(親)우크라이나 세력이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부인했지만 지난달 27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비행장에서 발생한 러시아 군용기 폭발에도 우크라이나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독일과 우크라이나의 관계 또한 경색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美 “군사 훈련 받은 심해 잠수부 동원 파괴”

이날 NYT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가스관 폭발에 친우크라이나 세력이 개입했으며 군대에서 훈련을 받은 심해 잠수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공격을 주도한 단체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관료가 연루되거나 가해자들이 우크라이나 정부 지시를 따랐다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부인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보도 직후 트위터에 “사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친우크라이나 그룹에 대한 정보 또한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26일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해저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 각국으로 나르는 노르트스트림1,2 가스관 4개 중 3개가 강력한 폭발로 파손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서방은 배후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달 8일에는 미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쉬가 “미 해군과 중앙정보국(CIA)이 노르웨이와 협력해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에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이프라인으로 2011년부터 운영된 1호, 2021년 말 완공된 2호 가스관이 있다. 특히 노르트스트림2는 건설 전부터 상당한 논란에 휩싸였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독일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반대했으나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 강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간접적으로라도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등을 지원해온 독일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과 함께 서방의 대러 제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주요국 중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가장 높아(약 40~50%)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내부 불만이 상당하다.

● 우크라, 러 본토 공격 증가


전쟁 1년이 넘어가면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 또한 늘어나고 있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본토를 습격하다 숨진 ‘우크라이나 형제단’ 의용군 4명의 추도식이 수도 키이우 한 성당에서 열렸다. 젤렌스키 정권은 의용군 공격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의용군과 정규군의 경계가 불분명한 탓에 러시아 본토로의 확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소속 크라켄 특수부대는 6일 텔레그램에 러시아 남서부 브랸스크의 무인 감시탑을 드론으로 파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 콜롬나, 2014년 러시아가 강제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등에서 우크라이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이 발발했다.

러시아의 우방 벨라루스는 7일 민스크 비행장 내 러시아 군용기에 대한 공격이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소행이라며 20여 명을 구금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보국 훈련을 받은 테러범이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벨라루스의 지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위협을 날조하려는 시도”라고 맞섰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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