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가해자 사과처분은 ‘합헌’…헌재 “양심 자유 침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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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28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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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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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서면으로 사과하게 규정한 ‘학교폭력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구 학교폭력예방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부터 피해 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라는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학교폭력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1항 등에 대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로 내려지는 서면 사과는 가해 학생의 인권, 양심을 침해하지 않으며 그 외 법에 따른 보복 금지, 학급 변경 등의 조치는 피해 학생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소원 청구인은 ‘가해 학생에게 사죄를 강요해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라는 등의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을 심리했다. 청구인은 2017년 중학교 1학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적발돼 관련 법적 처분을 받은 A 군이었다. 교내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자치위)’는 A 군에게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급 교체 조처를 요청했다. 학교장은 같은 해 12월 그대로 A 군을 처분했다.

이에 A 군 측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1년 여 간 사건을 심리했다. 이후 학교의 징계 처분이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A 군 측은 즉각 항소했다. 함께 징계 근거인 학교폭력예방법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헌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서면 사과 조치는 내용에 대한 강제 없이 자기 행동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적 조치로 마련된 것”이라며 “이를 불이행하더라도 추가적 조치나 불이익은 없다”고 했다. 이어 “서면 사과의 교육적 효과는 가해 학생에 대한 주의, 경고 또는 권고적 조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며 “가해 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가해 학생도 학교와 사회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이라며 “학교폭력 문제를 온전히 응보(응징·보복)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고 가해 학생의 선도와 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헌 의견을 낸 이선애·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면 가해 학생의 반성과 사과가 중요하지만, 사과는 일방적인 강요나 징계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적인 과정에서 교사나 학부모의 조언·교육·지도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과거 의무화 규정에 대해선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판단을 내렸다. 이는 학부모 대표가 과반을 차지하는 자치위에서 결정한 사항을 학교장이 반드시 따르게 한 규정이다.

이와 함께 피해·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 금지와 학급 교체 조치가 가해 학생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을 제약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피해 학생 등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었다.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의 설치·운영 등에 관한 사항과 자치위 구성·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규정한 조항도 합헌이라고 봤다.

한편 A 군은 헌법소원 심리 기간 2심과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갔다. 이후 징계가 결정된 지 약 2년이 지난 2019년 10월,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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