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소통하되 권위 갖추기… 아버지 되기의 어려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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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고립형’ 가정 속 아버지들
근원엔 이전 세대의 아픔 있어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최광현 지음/248쪽·1만6000원·유노라이프

이 시대 엄마는 힘들다. 미국 마케팅 전문가인 리즈 오도넬이 쓴 책 ‘일하는 딸’에는 일과 육아, 부모님 돌봄 노동을 한꺼번에 하는 현대 여성의 고단한 삶이 담겨 있다. 아빠도 힘들다. 변화한 사회에서 남자도 적극적으로 육아와 가사에 참여해야 한다. 나름대로 한다고 했지만 ‘누구 집 아빠는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아이랑도 잘 논다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군’이라는 배우자의 말을 듣고 속이 상하는 아버지도 많다.

그간 출간된 책 중에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룬 책이 많았다. 가족 관계 전문가인 최광현 한세대학교 대학원 상담학과 교수가 쓴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이 시대 아버지를 위한 책이다. 제목부터 짠하다. 얼굴이 아니고 등이라니, 측은함이 느껴진다.

저자는 대한민국 가족 형태 중 ‘부친 고립형’이 가장 많다고 말한다. 대다수 가정에서 아이들과 엄마의 정서적 친밀감이 높은 반면,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 아이와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는 남자가 많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투사라는 방어기제를 들 수 있다. 투사란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주요한 개념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심리다.

가족 사이에는 무의식적인 투사가 빈번히 일어난다. 가령 자식을 칭찬하는 데는 인색하고 잘못만 지적하며 불만을 표출하는 아빠가 있다고 하자. 근원을 찾아가 보면 자식이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이 낮은 아빠의 투사가 원인일 수 있다. 이런 투사가 아버지와 자식 간에 주된 소통 방식이 될 때 아이와 아버지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남자의 소통 방식도 관계를 어렵게 한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문제가 생겼을 때 여성은 대화로 풀려고 하는 반면 남자는 침묵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불통이 쌓이다 보면 역시 가족 간 거리는 멀어진다.

그런데 부친 고립형의 원인이 오롯이 부정적 방어기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소통에 서툰 아빠만의 탓일까? 저자는 가족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가 개인 탓만은 아니라고 다독인다.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이전 세대까지 들여다보며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만이 아니라 아버지가 어떤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는지까지 살펴보면 문제의 원인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좋은 부모는 자기가 물려받은 카르마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애정 결핍, 강압적인 태도, 자식을 향한 과대한 기대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는지 아빠들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21세기 ‘강한 아버지’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가 강한 아버지라는 것이다. 내면을 성찰하고 자식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때로는 존경받도록 권위도 갖출 것. 엄마 되기도 힘들지만 아빠 되기도 쉽진 않다.


손민규 YES24 인문MD
#소통#권위#부친고립형#세대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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