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작전·주루 코치를 맡고 있는 김민호 코치(54·LG)는 선수들 사이에서 ‘배팅볼의 달인’으로 불린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리고 있는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만난 그는 21일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제2회 WBC를 포함해 여러 대회에 코치로 참가하며 배팅볼을 던져 봤지만 올해 대표팀 중심타선은 역대 최강이라 할 만큼 페이스가 좋다”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강한 어깨의 유격수로 유명했던 그의 배팅볼은 타자 입장에서는 ‘치는 맛이 있다’고 한다. 공 끝에 힘이 있는 데다 제구도 좋다.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타자들의 요청에 맞게 던져준다. 그는 선수 은퇴 후 코치가 된 2003년부터 20년간 쉬지 않고 배팅볼을 던져 왔다.
타격하는 김현수 선수
김 코치는 대표팀 프리 배팅 훈련 때 하루 약 300개 안팎의 배팅볼을 던진다. 그가 특히 혀를 내두른 선수들은 박병호(37·키움)-최정(36·SSG)-김현수(35·LG)-나성범(34·KIA) 등 4명으로 이뤄진 중심 타선 조다. 4명의 타자들은 김 코치의 배팅볼을 연신 담장 밖으로 넘겼다. 한 명이 한 번 타석에 들어서서 5개씩 배팅볼을 치는 데 평균적으로 2, 3개 타구가 홈런이었다. 나성범은 5개의 배팅볼을 5번 연속 홈런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나성범 선수현재 대표팀은 투수들보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20일 KIA와의 연습경기에서는 19안타를 몰아쳤고, 17일 NC와의 연습경기에서도 14안타를 합작했다.
박병호 선수더욱 고무적인 것은 중심 타자들의 활약이다. 20일 경기에서 클린업트리오(3~5번)를 이룬 최정-김현수-박병호는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김현수는 1타점, 박병호는 희생플라이까지 포함해 2타점을 올렸다.
최정 선수세 선수는 17일 NC전에서도 4안타를 합작했다. 최정은 올해 첫 실전이었던 이날 첫 홈런포까지 쏘아 올렸다. 6번 타자로 나섰던 나성범도 우전 안타를 때렸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 신화를 일군 김경문 전 대표팀 감독은 “오른손 거포들의 활약 여부에 대회 성적이 좌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전 감독은 “대표팀 타선에 좋은 왼손 타자들이 많다 보니 본선 1라운드 상대인 호주나 일본이 왼손 투수들을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오른손 타자들인) 박병호와 최정 등이 중요한 순간 한 방씩을 쳐 주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표팀 타선은 짜임새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테크니션이라고 할 수 있는 이정후(25·키움)는 톱타자를 비롯한 상위 타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3월 이후 대표팀에 합류하는 두 명의 메이저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이상 28) 역시 장타력과 정교함을 고루 갖추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소속팀에서 중심 타선을 맡는 포수 양의지(36·두산)는 대표팀에선 하위 타선에 배치될 전망이다.
김 코치는 “내 기억에 배팅볼을 가장 잘 쳤던 선수는 지금은 은퇴한 이대호와 김태균(이상 41)이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 중심타선이 그에 뒤지지 않는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한 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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