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원, 교사되는 비용-기간 늘어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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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도입 추진에 학생들 반발
5년, 6년, 4+2년제 등 방안 논의
학생 “교사 배출 감축 의도” 주장
교수들 “취지 공감 속도조절 필요”

정부가 교사 양성을 위한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도입 추진을 밝힌 뒤 전국의 교대와 사범대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교대생과 사범대생 사이에서는 “학비나 학습기간이 모두 늘어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대, 사범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도 잇달아 열리고 있다. 교수들은 교사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교육부의 ‘속도전’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 교대-사범대 교수들 긴급 모임, 학생들은 ’부글’
16일 국공립대 사범대학장 협의회는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교전원 도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내년부터 교전원을 시범 운영하는 것은 촉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각 학교가 조직 개편 등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속도 조절을 건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16개교 학장 중 14명이 참석했다.

교원양성대학교도 18일 사상 처음으로 전국교원양성대 교수총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교전원 도입에 대해 찬반 토론을 열 예정이다. 김창원 경인교대 총장 등 전국 12개 국립 초등교원 양성대학 교수 전체가 참석한다.

교육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교전원 도입 방침을 공식화했다. 4월까지 시범 학교 2곳을 선정해 내년 정식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교대와 사범대 각각 한 곳씩 선정하게 된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교전원의 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5년제 혹은 6년제, 아니면 ‘학부 4년+대학원 2년’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어떤 방향이든 교사가 되기 위한 수학(修學) 기간이 길어지고, 학비가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교사가 되기 위한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우수한 학생들이 다른 전공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교직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올해 전국 10개 교대의 정시 경쟁률은 1.87 대 1로 지난해 2.2 대 1보다 낮아졌다. 올해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하위 9등급을 받은 학생이 경인교대 1차 정시모집에 합격했다. 1차에서 1.5배수를 뽑는데 경쟁률이 1.37 대 1에 그친 탓이다.

교전원 도입이 교원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 수는 올해 약 520만 명에서 2029년 약 425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성예림 서울교대 학생회장은 “정부가 교대와 사범대의 구조조정을 통해 배출되는 교사 수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초등교사 되는 데 독일은 6년 6개월
교수들은 교전원 도입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교원의 현장 역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독일(6년 6개월), 프랑스(5년) 등 11개국은 한국(4년)보다 초등교사 양성 기간이 길다.

교육부가 교전원 도입을 추진하면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실습 학기제’다. 현재 4∼8주에 불과한 실습 기간을 최소 한 학기에서 1년까지 늘리는 것이다. 이혁규 청주교대 총장은 “핀란드는 실습 기간에 기초학력 부족 학생 지원 방안을 연구하는 등 예비 교사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학교에 배치한다”며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다양해지는 만큼 교사 양성 과정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육 기간을 1, 2년 연장한다고 해서 교원 역량이 갑자기 향상될지는 의문”이라며 교전원 연착륙을 위한 여론 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교전원 도입#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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