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한강 수색 중 순직한 경찰…국가가 남은 가족 돕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6일 20시 35분


코멘트
“올해는 꼭 아이랑 손잡고 동물원에 놀러가고 싶어요. 새로운 세상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게 소원입니다.”

고 유재국 경위(순직 당시 39세)의 아내 이꽃님 씨는 6일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선정된 뒤 이처럼 기뻐했다.

3년 전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구하려다 순직한 고인의 유족을 돕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팔을 걷고 나섰다.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12월 전몰·순직 군경·소방관의 미성년 유족을 돕기 위해 발족시킨 민관 지원협력 사업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씨는 남편 유 경위를 잃었을 당시 임신 중이었다. 그 충격으로 예정일보다 4개월이나 일찍 아들 유이현 군(현재 3세)을 출산했다. 설상가상 유 군은 강직형 뇌성마비를 앓게 됐다. 매달 치료비만 2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이 씨는 순직 공무원 연금으로 매달 치료비를 충당해야 했다. 이 씨는 “연금으로 치료비를 쓰다보니 어떤 달은 생활비가 부족했다”며 “그렇게 3년을 지내며 한계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는데 후원을 받게 돼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를 접한 국가보훈처는 6일 유 경위 아들의 재활치료 지원금 1000만 원을 이 씨에게 전달하는 한편 추가 지원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자생의료재단도 순직 영웅의 유족을 위로하고 생활 안정 및 자녀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후원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씨는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게되면 아들의 심리상담부터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이 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금 더 여유가 생겨 아이와 평범하게 소풍도 가고 동물원도 다니고 싶다”고 밝혔다.

2020년 2월 15일 유 경위는 한강경찰대 수상구조요원으로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투신한 남성을 수색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 흙탕물로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위는 주저없이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맨 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 경위는 시야가 흐린 물 속에서 애를 쓰다 교각 틈새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119수난구조대가 출동해 구조 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당시 유 경위는 이미 한 차례 잠수해 수색을 벌인 뒤에도 “실종자 가족을 생각해 한 번만 더 살펴보자”며 물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유 경위는 국립서울현충원 안장과 1계급 특진 추서로 예우를 받았다. 지난해 한국 경찰 최초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순직경찰로도 인증됐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