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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내년 도입되는 ‘초등 늘봄학교’… 부모 돌봄공백 해법 될까

입력 2022-12-22 03:00업데이트 2022-1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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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이용시간 밤 8시까지 늘리고, 저학년 중심 운영 고학년까지 확대
시범도입 후 2025년 전 학교 시행
일각선 “서비스 질부터 향상해야”
시간 늘며 교원 업무 과중 우려도
충남 논산시 중앙초등학교에서는 학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학교돌봄터’라는 이름의 돌봄교실을 운영 중이다. 학교 교실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리모델링해 학생들이 신발을 벗고 집에 있는 것처럼 뛰어놀 수 있다. 동아일보DB충남 논산시 중앙초등학교에서는 학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학교돌봄터’라는 이름의 돌봄교실을 운영 중이다. 학교 교실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리모델링해 학생들이 신발을 벗고 집에 있는 것처럼 뛰어놀 수 있다. 동아일보DB
경남 진주시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엄마 강모 씨(39)는 겨울방학 동안 낮 시간에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걱정이다. 방학 중에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신청자가 많아 대기 순번이 5번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강 씨는 “오전부터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시설이나 학원을 급히 찾고 있다”며 “학기 중에도 오후 5시까지만 돌봄교실이 운영돼 퇴근 때까지 아이를 학원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 ‘초등 늘봄학교’, 돌봄 공백 줄일까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빨라진 하교 시간이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대개 오후 1시 전후로 수업이 끝난다.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지만 학령인구가 많거나, 돌봄전담사가 부족한 지역에선 정원보다 신청 학생이 많은 경우가 생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돌봄교실을 신청했지만 정원이 초과돼 대기 순번을 받은 학생은 지난해 1만7719명에 이어 올해도 1만5106명으로 조사됐다.

학부모들의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마다 학교 돌봄 서비스를 확충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돌봄 시간을 오후 7시까지 연장하도록 권장한다’는 내용을 담은 ‘초등 돌봄교실 운영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전체 돌봄교실 중 오후 5시 이후에도 운영되는 곳이 11.1%에 그쳐, 퇴근 시간 전까지 돌봄 공백이 생긴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였다.

최근 정부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초등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내놨다. 돌봄교실 이용 시간을 오후 8시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고, 현재 1, 2학년 중심의 돌봄 서비스를 고학년까지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0년 교육부의 돌봄 수요 조사에서 돌봄교실 이용을 원하는 초등 3∼5학년 학부모는 각각 39.4%, 27.3%, 19.1%였지만, 2019년 기준 이용률은 7.8%, 3.1%, 1.8%에 그쳤다.

정부는 내년부터 광역시도 3, 4곳에 늘봄학교를 시범 도입한 뒤 2025년엔 모든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육청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돌봄교실을 포함한 방과 후 과정 운영을 맡도록 해 교사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학교 시설 개선도 시급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학교의 돌봄 기능 확대를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운영 중인 방과 후 교실 등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돌봄 서비스 내용 및 질 개선’을 원하는 응답이 32.3%로, ‘서비스 제공 시간 확대’를 원하는 응답(31.6%)보다 약간 많았다.

초등학교 1,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정보윤 씨(39)는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내지만 교실 환경이나 학교 시설이 열악해 불안할 때가 많다. 방과 후 프로그램도 다양하지 않아 아이가 수업에 흥미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돌봄 업무에서 교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 발표가 ‘허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미 서울과 경기, 대전 등 일부 교육청에선 돌봄 업무에서 교사를 배제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부담이 크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인 행정 업무는 교육청 등에 넘길 수 있지만 각종 사고나 민원이 발생했을 때 교사나 학교가 갖는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머무는 학생이 더 많아지고 돌봄 시간이 길어지면 그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방과 후 담당 교사는 “지금도 과밀학급 지역에서는 교실 공간조차 부족한 학교가 많다”며 “아이들이 오후 8시까지 놀고 쉴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교육 당국이 학교 현장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지역의 시설을 활용해 방과 후 과정을 운영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학교에선 교사가 일반 수업에 더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지역사회 연계 등 다양한 형태 고민해야
정부가 학교를 벗어나 더 다양한 형태의 방과 후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도봉구는 2017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자체가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한 지역이다. 관내 21개 공립초 중 16개교가 참여 중이다. 수업은 학교뿐 아니라 지역 체육시설이나 공방 등 학교 밖에서도 다양하게 이뤄진다. 지역 사회가 앞장서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을 책임지는 구조다.

최혜영 도봉마을방과후활동운영센터장은 “공간과 시설에 구애받지 않고 방과 후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며 “학교는 정규 교육에 집중할 수 있어 교사나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남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돌봄 시간 확대는 그 시간까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부모를 위해 마련된 일종의 궁여지책이다. 이성회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중앙지원센터장은 “학교라는 경직된 공간에 오래 머물고 싶은 아이들은 없다”며 “다만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돌봄 공간 및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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