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 이민 출신 캐나다 GK 향한 문자폭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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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Qatar2022]
크로아 팬들 “조국 버린 배신자”
가족 욕설까지 담긴 2500통 보내
앙숙 세르비아서 뛰는 것도 이유

크로아티아 팬들이 캐나다 축구 대표팀 골키퍼 밀런 보리언(35·츠르베나 즈베즈다·사진)에게 ‘문자 메시지 테러’를 가했다. 크로아티아 도시 크닌에서 태어난 보리언이 ‘배신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보리언에게 2500통이 넘는 ‘문자 폭탄’이 날아온 건 28일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크로아티아가 캐나다에 4-1 승리를 거둔 다음이었다. 크로아티아 매체 ‘베체른지’는 “보리언의 연락처가 인터넷 메신저 ‘와츠앱’을 통해 유포됐다”고 전했다.

1987년 보리언이 태어날 때만 해도 크닌은 유고슬라비아 영토였다. 유고는 4개 종교를 믿는 8개 민족이 모여 만든 연방 국가였다. 1991년 크로아티아의 독립 선언과 함께 내전이 발발하면서 유고는 결국 7개 국가로 나뉘었다. 이 과정에서 크닌은 크로아티아 땅이 됐다.

세르비아계였던 보리언의 가족은 1995년 전쟁을 피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로 탈출했다. 월드컵 경기장에 ‘크닌, 95, 보리언처럼 빨리 도망치는 사람은 없다’는 문구가 등장했던 이유다.

세르비아계(세르비아 정교)와 크로아티아계(가톨릭)는 종교를 제외하면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같은 민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쟁 과정에서 서로 학살을 저지르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어머니가 크로아티아계인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세르비아가 탈락한 뒤 크로아티아를 응원했다”고 인터뷰했다가 양국에서 모두 비판을 받았다.

2000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보리언은 2009년 세르비아로 돌아와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튀르키예,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을 거쳐 2015년부터 다시 세르비아 리그에서 뛰고 있다. 보리언은 세르비아 여권도 소지하고 있어 ‘외국인 선수 쿼터’에 관계없이 세르비아 리그에서 뛸 수 있다.

보리언은 “나를 향한 이 모욕적이고 원시적인 비난이 그들에 관한 많은 걸 말해주고 있다”며 “내게는 지금 현재 나의 나라(캐나다)와 내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 이 상황에 대해 더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크로아#조국 버린 배신자#문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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