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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이태원 참사, 기억하고 예방할 준비 없이 흘려보낸 한 달

입력 2022-11-29 00:00업데이트 2022-11-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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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 한편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전날 밤 포스트잇과 국화 등이 비에 훼손되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 놨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 한편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전날 밤 포스트잇과 국화 등이 비에 훼손되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 놨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단순한 군중 관리의 실패로 서울 한복판에서 158명이 압사당하고 196명이 다쳤다.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어이없는 희생을 애도하는 유족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는 이유는 재난의 참혹함 때문만은 아니다. 재난이 발생한 후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실패하고 있다는 무력감 탓이 크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500명 넘는 수사 인력을 동원했다는데 사고를 예견하는 징후들을 무시한 이유나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낸 경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국민 보호에 실패하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주무 장관도 경찰 수뇌부도 용산구청장도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사태 수습을 한다는 명분으로 지금껏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니 대통령의 거듭된 사과에도 유족들은 여전히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유족의 상처를 키우고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이번 참사와 같은 후진적 인재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매번 책임자 처벌로 끝날 뿐 재난에서 배우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모처럼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마련하겠다고 한다. 8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비슷한 목표로 90일간의 국정조사를 시작했으나 정쟁과 책임 추궁에만 열을 올리다 끝난 적이 있다.

국정조사는 책임자 처벌이 목적인 수사와는 다르다. 핼러윈 참사에 대한 공통된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그날의 진상을 밝히는 데서 나아가 예방, 대응, 구조 과정 전반을 복기해 왜 막지 못하고 더 살리지 못했는지 구조적인 원인을 짚고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교훈을 되새기는 기억의 방식도 언급해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희생이 분열이 아닌 통합의 계기가 되도록 사회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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