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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청소 알바’하던 무명 지도자, 사우디를 뒤집어놓다

입력 2022-11-24 03:00업데이트 2022-11-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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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Qatar2022]거함 아르헨 침몰시킨 르나르 감독
끈끈한 수비조직력 강조해 대반란
잠비아-코트디부아르-모로코 지휘
러시아 대회 뒤 한국 감독 후보도
22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는 에르베 르나르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루사일=신화 뉴시스
에르베 르나르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감독(54)은 서른 살이던 1998년 방출 통보를 받고도 ‘선수 생활이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새벽 2시 반에 일어나 청소부 일을 마치면 자신이 수비수로 뛰던 프랑스 5부 리그 팀 드라기냥 훈련장을 찾아가 선수들과 함께 공을 찼다.

문제(?)는 축구보다 청소에 더 재능을 보였다는 점이다. 곧 청소 업체 대표가 되면서 ‘부업’이 필요한 축구 선수들을 청소부로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스포츠 에이전트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게 기회가 됐다. 한 에이전트가 ‘중국 상하이 팀을 맡게 된 클로드 르루아 감독(74)이 코치를 구하는데 혹시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르루아 감독은 카메룬과 세네갈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아프리카 축구의 전설’로 평가받던 인물이었다. 프랑스 출신인 르나르 감독의 대답은 물론 ‘위(oui·좋다)’였다.

르나르 감독은 이 인연으로 2007년 르루아 감독과 함께 가나 대표팀 코치로 부임하면서 아프리카 축구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잠비아(2012년)와 코트디부아르(2015년)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챔피언으로 만들면서 명감독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후 모로코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월드컵 본선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모로코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무대로 이끌기도 했다.

르나르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축구협회도 관심을 보였다.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신태용 감독이 물러나자 그를 새 사령탑 후보로 선정한 것이다. 르나르 감독도 한국행 의지가 강했지만 모로코축구협회와의 계약 문제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대신 사우디 감독이 된 그는 사우디를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으로 탈바꿈시켰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전반 파상 공세를 1실점으로 막아내며 2-1 역전승을 이뤄냈다.

르나르 감독은 “우리는 축구 역사에 영원히 남을 이야기를 만들었다”라면서도 “축하할 시간은 20분이면 충분하다. 아직 2경기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26일 오후 10시 폴란드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도하=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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