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 끝판왕’ 71세 판할 감독, 암 뚫고 ‘오렌지 함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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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Qatar2022]
네덜란드 이끌고 세네갈에 2-0

“꽤 악성이다.”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루이 판할 감독(71·사진)은 4월 자국 RTL 방송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립샘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병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 독일 바이에른 뮌헨,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이끈 판할 감독이 ‘오렌지 군단’ 사령탑에 앉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01년 처음으로 자국 대표팀 사령탑이 된 판할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두 번째 임기(2012∼2014년) 때는 팀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위에 올려놓았다.

이번 대회 뒤 로날트 쿠만 감독(59)에게 지휘봉을 넘길 예정인 판할 감독은 “지금껏 25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선수들은 모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판할 감독은 지난해 11월 안방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월드컵 최종 예선 때는 휠체어를 탄 채 등장했지만 ‘자전거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다’고 해명했을 뿐 항암 치료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이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8년 만의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승리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네덜란드는 22일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A조 경기에서 세네갈을 2-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판할 감독은 역대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최다승(38승) 기록도 새로 썼다. 이전까지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75)과 공동 1위였다. 네덜란드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조별리그 14경기 연속 무패(11승 3무) 행진도 이어갔다.

암 세포도 ‘강철 튤립’의 판단력까지 흐트러뜨리지는 못했다. 판할 감독은 0-0 동점이던 후반 17분 멤피스 데파이(28·FC바르셀로나)를 교체 투입하면서 공격의 물꼬를 텄다. 데파이는 전방에서 수비수를 달고 다니며 세네갈 수비 진영에 균열을 만들었고 결국 코디 학포(23·PSV 에인트호번)의 헤더 선제골로 이어졌다.

1950년 브라질 대회 이후 본선 1회전에서 9경기 연속 무패(7승 2무) 기록을 이어간 네덜란드는 이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에 도전한다. 네덜란드가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 이상 진출할 경우 이번 대회 참가 32개국 가운데 최고령인 판할 감독(71세 105일)은 2018년 러시아 대회 당시 우루과이의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당시 71세 125일)을 넘어 역대 월드컵 두 번째 최고령 감독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가 우승하면 판할 감독은 역대 최고령 월드컵 우승 감독으로 이름을 남긴다. 네덜란드는 1974년 서독, 1978년 아르헨티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아직 우승 트로피는 들어 올리지 못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카타르월드컵#네덜란드#루이 판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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