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JP모건 전략가 “미국 경제 진흙탕 빠지는 중…내년 중국 봉쇄 완화가 한국 시장엔 호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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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수영장에 빠지는 것(jumping into a pool)이 아니라 진흙탕에 빠지고 있다(jumping into a mud)”

12년 전부터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에서 글로벌 마켓 전략가로 일해온 케리 크레이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수영장에 빠지면 곧바로 가라앉고도 다시 나올 수 있지만 진흙탕은 빠지는 과정도 느리고 다시 나오는 것도 느리다. 미국 경제가 서서히 불황에 접어들고 있고 회복도 느릴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2023년 경제 전망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기 위해 한국에 온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화자산운용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최근 한국 주식시장은 상당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도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면 글로벌 투자자금이 동아시아 지역으로 흘러 들어와 한국 주식시장도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연금 산업에서 일한 뒤 뉴질랜드 정부에서의 무역 협상을 담당하다가 JP모건에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크레이그는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아래는 일문일답.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내년도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케리 크레이그 JP모건 글로벌 마켓 전략가. 한화자산운용

―내년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전반적인 경제 전망은.

“올해 아시아의 신흥국들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보다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았고, 성장률도 더 높았다. 상대적으로 아시아 신흥국들의 기준금리가 낮은 현상만 봐도 알 수 있다. 내년 미국은 1%, 유럽은 0.5% 가량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아시아 신흥국들은 4%, 일본은 2%로 예상된다.”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인데.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낫다는 뜻이지, 아시아 신흥국들도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을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했다. 공급망 불안의 여파가 남아 있고, 한국과 대만에 대기물량(overhang supply·주식시장에 대량으로 매도가 나올 수 있는 물량으로 주가 급락이 발생할 수 있음)이 나왔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통제가 풀리기 시작하며 소비가 늘어났지만 공급망 불안의 여파는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신흥국 아시아 4% 성장의 동력은 뭐가 될 것인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해 ‘리오프닝(Reopening·경제 활동 재개)’이 시작되면 이 지역에 긍정적인 흐름이 올 것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리오프닝이 시작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년인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올해 경기 둔화를 겪었는데, 내년에는 둔화만큼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반등할 것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리오프닝에 나서면 중국과 함께 이들 국가의 내수가 미국과 유럽의 소비 부진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의 악영향을 상쇄시켜줄 것이다.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던 비관론도 걷혀 자본도 유입된다.”

―인도가 중국에게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가져올 것이라는데.

“일반적인 인식이긴 한데, 이미 중국은 ‘세계의 공장’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10년 전에는 모든게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였는데 이제는 모든 게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다. 그만큼 중국 내수 시장이 강화돼 세계의 소비 중심지가 된 것이다. 중국이 더 이상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건 단순히 인도의 인구 증가와 값싼 노동력 때문이 아니라 중국 산업과 노동시장이 변화하고 있어서다. 중국 노동자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자동화, 3D 프린팅, 로봇 공학 등의 첨단 기술이 발전했다. 공급망이 한 단계 진화하며 중국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인도는 정치적 이슈와 정부 차원의 리스크가 남아 있어 잠재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제조보다는 금융 서비스 측면에 집중돼 있기도 하다.”

―며칠 전 G20 회의가 열리기도 했는데, 미중 갈등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정상들과 나눈 대화는 긍정적이었다. 그렇다고 지정학적 리스크나 중국의 ‘탈세계화’ 기조, 무역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과거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 가졌던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 국면에서 외교로 이를 풀어보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명백한 건 두 나라는 모두 탄탄한 공급망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에는 두 나라 경제가 무역 등으로 깊게 연관돼 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핵심이라는 것으로 들린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리오프닝 하는 것이 동북아시아 지역을 넘어서 전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몰고 올 것이다. 현재 중국은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정부가 기업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퍼붓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의 압박도 완화시켜 주고 있다. 리오프닝으로 중국 소비자와 기업들의 자신감이 되살아나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내년도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케리 크레이그 JP모건 글로벌 마켓 전략가. 한화자산운용
“미국 경제 서서히 불황으로 가는 중…내년도 기준금리 4.75% 유지”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내년도 미국 경제는 어떤가.

“미국 경제는 수영장에 빠지는 것(jumping into a pool)이 아니라 진흙탕에 빠지고 있다(jumping into a mud). 수영장에 빠지면 곧바로 가라앉고, 바로 나오면 되는데 진흙탕은 빠지는 것도 나오는 것도 느리다. 현재 미국 경제가 서서히 불황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기선행지수(Conference Board Leading Economic Index)나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신규주문지수 등을 보면 1년 전에 비해 현재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서서히 불황에 빠진다는 것인가.

“현재 경기 둔화는 금리 인상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 긴축 정책을 펼쳐 금리를 높이니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물가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수요가 높고 실업률이 낮으니 물가가 하락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 따라서 미 연준은 섣불리 금리를 인하할 수 없고 경기는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다.”

―불황의 정도가 심각할 것이라 보나.

“미국인들이나 미국 기업들은 아직 경제학적 기준으로는 불황이 아닌데도 불황이라고 느끼고 있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부동산 경기가 폭락하거나 은행이 망한 상황은 아니고, 금리 인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으로서의 불황일 것이다.”

―물가는 잡히긴 하나.

“내년 인플레이션은 반드시 떨어진다. 세 가지 측면을 봐야 한다. 우선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이게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식료품과 연료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필수 소비재를 제외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에너지 가격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가가 내려가고 있어 에너지 가격의 압박이 조금씩 줄고 있다. 다음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 농산물 가격이나 유가를 제외한 물가지수인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고 있다. 공급망이 회복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마지막 요인인 서비스물가는 하락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임금 수준이 높고 실업률이 낮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유심히 보는 지표도 임금과 노동수요, 실업률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세 가지 요인 중 앞 두 가지 요인 때문에 물가는 내려갈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12월 50bp(0.5%포인트) 올린 뒤 내년 2월 25bp(0.25%포인트)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4.5~4.75%의 기준금리를 내년 한 해 동안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을 ‘일시정지(pause)’할 것으로 보이고 ‘(인하로) 전환(pivot)’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실업률이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하면 내년 3월에 추가로 25bp를 인상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내년 2월까지만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미 연준이 목표한 2%대 인플레이션율을 달성하려면 2024년이 되기 전까지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 리스크 줄어 내년 중국 리오프닝과 함께 반등”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많은 투자자들이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상당히 회복하고 있다. 한국 주식은 연초에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저평가 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약세를 극복했고 리스크도 많이 해소된 편이다. 특히 내년 중국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 리오프닝이 시작되면 반도체 등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한국 주식시장도 반등하기 시작할 것이다. 미국이 과거 위기에 준하는 불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이것도 한국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글로벌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을 피하며 현금을 쌓아둔 채 투자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 등이 한국 시장에 줄 타격에 대한 우려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만큼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최근 일부 회사들은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쓰겠다고 발표했고, 어느 정도 국내 생산을 늘려가겠지만, 대만과 한국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높은 수준의 반도체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얻기 위해 미국도 협력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자동차에 들어가는 간단한 수준의 반도체는 미국 자체 생산이 가능할지 몰라도 정교하고 어려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의 경우 여전히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생산한 반도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IRA나 반도체과학법이나 모두 결국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목표인데, 이건 생산 인프라나 기술력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끝으로,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젊은이들의 경우 ‘투자 지평(investment horizon)’이 길다. 즉 투자를 시작한 시점부터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많은 시간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단기간의 수익보다는 기업이 탄탄한지를 따져 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기반을 둔 투자를 해야 한다. 현재 주식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1년 전보다는 장기 수익을 낼 기회인 것은 맞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투자에 있어서 당신의 절친(best friend)는 시간과 분산이라는 걸 명심해라. 주식을 사더라도 한 두 종목만 사는게 아니라 다양한 종목에 자금을 나눠서 분산투자를 해라. 해외 주식 투자도 좋은 선택지다. 또 채권시장에도 자금을 분산하는게 좋다. 현재 채권 금리는 높아 가격은 싸기 때문에 채권을 사서 고정수입(fixed income)을 받는다면 이를 재투자에 활용할 수도 있고, 주식이 가진 위험성을 상쇄해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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