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신 ‘저출생’, 학부형 대신 ‘보호자’… “성차별 의미담긴 언어 순화해 표현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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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제안

학부형, 저출산, 유모차….

5일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에 따르면 이처럼 일상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차별적 의미가 담기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어감이 담긴 단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한글날(9일)을 맞아 일상 속 단어 중 ‘차별적 요소’가 있는 단어를 대체 단어로 바꿔 쓸 것을 제안했다.
○ 법률 명칭에도 등장하는 차별적 단어
성평등 언어사전에 실린 단어는 대부분 일상 속에서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느끼는 단어를 시민들이 직접 찾은 것들이다.

2020년 서울시가 진행한 조사에서 시민들은 단어 1864개에 대해 ‘차별적 의미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견을 낸 시민 중에는 여성이 72.5%, 남성이 27.5%로 여성이 남성의 배가 넘었다. 연령대는 30대가 37.2%로 가장 많고 40대가 25.8%, 20대가 21.1%로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에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던 것. 시 관계자는 “접수한 단어들은 대부분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는 단어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단어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필요한 경우 대체어를 제안했다.

대체어가 필요하다고 제안된 대표적인 단어가 인구 문제를 언급할 때 많이 사용하는 ‘저출산’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등 법률 명칭이나 언론 기사에서 자주 나오지만 자칫 출산율 감소와 인구 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바꿔 표현하자고 했다.

‘아이’와 관련된 표현 중에는 ‘여성’ ‘어른’ 중심 사고가 담긴 단어가 많았다. ‘엄마’라는 의미를 포함한 ‘유모차’는 아이 중심의 ‘유아차’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부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미숙아’도 ‘조산아’로 대체하자고 했다.

현행 민법, 가사소송법 등은 자녀를 ‘자(子)’ ‘양자(養子)’ ‘친생자(親生子)’ 등으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들인 남성만을 뜻하는 단어라며 아들과 딸을 함께 포함할 수 있는 ‘자녀(子女)’ ‘양자녀(養子女)’, ‘친생자녀(親生子女)’로 바꾸자고 했다.

부모를 가리키는 표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부형(學父兄)’은 학생의 아버지나 형이라는 의미인데 전문가들은 “학생의 보호자는 아버지와 형만 있지 않다. ‘보호자’ 등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부, 편모’도 차별적 요소가 담겼다며 ‘한부모’로 교체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정 동작을 표현하는 단어를 다르게 바꾸자는 제안도 있었다. 바닥에 앉을 때 흔히 ‘아빠다리’라고 표현하는 동작은 다리 모양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나비다리’로 변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결혼을 아직 못한 상태를 나타내는 ‘미혼(未婚)’ 대신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를 표현하는 ‘비혼(非婚)’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 사전 업데이트하고 교육 등에 활용
시는 국립국어원 등과 함께 성평등언어사전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방침이다. 또 교육·홍보 관련 직종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등에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이미 여성가족재단이 진행하는 보육교사 대상 교육에 성평등언어사전를 이용했고 이달에는 정책 보도자료 등을 쓰는 홍보 담당자 교육에도 성평등언어사전을 활용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 공모와 전문가 논의 등을 통해 성평등언어사전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양성 평등 실현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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