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결혼 상견례도 코트서… ‘밥 먹듯 테니스’로 즐거운 인생”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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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주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 사무차장이 경기 남양주체육문화센터 테니스코트에서 발리샷을 하고 있다. 22세에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은 그는 30년 넘게 코트를 누비며 건강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하게 잡고 있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고미주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 사무차장이 경기 남양주체육문화센터 테니스코트에서 발리샷을 하고 있다. 22세에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은 그는 30년 넘게 코트를 누비며 건강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하게 잡고 있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결혼 전 남편의 권유로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았다.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친 것은 결혼하고 첫애를 낳은 뒤인 1996년부터. 부부들끼리 모여 테니스 치는 모임이 있었는데 서로 애도 봐주며 테니스를 즐기는 재미에 빠져 30년 넘게 코트를 누비고 있다. 엄마 아빠를 따라다니던 딸과 아들도 테니스에 빠졌다. 고미주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 사무차장(55)은 “테니스가 있어 행복하고 건강하다”고 했다.

“운이 좋았어요. 부부끼리 테니스 치는 모임에 들어갔는데 너무 좋았어요. 선수 출신 부부도 있고. 부부는 테니스 치고 아이들은 놀고. 게임 안 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돌봤죠.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어요. 전 잘 못 쳤는데 라인 그어주고 심판도 봐주면 선수 출신들이 포핸드 백핸드 난타를 쳐줬죠. 그러면서 실력이 쌓였어요.”

고미주씨는 29세 때 첫 대회에 나간 뒤 총 120번 넘게 우승해 아마추어 여성 테니스계의 최정점이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국 동호인 테니스에서 고 사무차장은 유명인사다. 지금까지 동호인 대회에서 130회 가까이 우승을 차지했다. 여성부는 개나리부(초급)와 국화부(고급)가 있는데 국화부에서 랭킹 1위를 무려 12년 연속 하기도 했다. 동호인 대회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참가할 수 있도록 복식과 혼합복식 경기만 열린다. A∼E등급이 있어 챔피언끼리는 한 조가 될 수 없는 규정도 있다. 고 사무차장은 30대 때 남편인 곽종배 인천연수구체육회 회장(60)과 혼합복식에 출전해 두 차례 우승하기도 했다.

“처음엔 남편에게 배웠고 나중엔 개인 레슨을 받았어요. 아직 게임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29세 때 첫 대회에 나가서 개나리부 결승까지 올랐는데 30세 이상만 가능하다고 해서 실격당한 적이 있죠. 30세 때 개나리부 우승을 했고 바로 국화부로 올라가서도 우승했죠. 국화부에서만 120번 넘게 우승했습니다.”

동호인 최강으로 군림하며 얻은 혜택도 많다. 라켓부터 유니폼, 운동화까지 후원을 받았다. 윔블던, US오픈, 프랑스오픈, 호주오픈 등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참관도 많이 했다. KATA가 챔피언들에게 주는 기회였다. 그는 “윔블던에만 4번 갔는데 파란 잔디 위에서 선수들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테니스 치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며 메이저 22승을 거둔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의 팬이 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볼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 투지가 너무 좋다”고 했다. 그의 플레이도 투지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그를 본 성기춘 KATA 회장(72)이 2000년 초반 사무차장으로 영입했다. 1987년 만들어진 여성 테니스 동호회 풀잎클럽의 회장을 최근까지 맡기도 했다. 고 사무차장은 개인사업을 하면서도 20년 넘게 동호인 테니스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테니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딸 결혼할 때였죠. 딸과 예비 사위도 테니스를 쳤고 사위 아버지도 테니스광이란 사실을 알았죠. 2020년 4월 결혼식을 앞두고 상견례를 인천 송도의 테니스코트에서 했죠. 저와 남편이 한 조, 사위와 사돈이 한 조로 복식을 치기도 했어요. 지금도 가끔 사돈 만나서 테니스 칩니다.”

대회 우승을 거듭하며 윔블던, US오픈, 프랑스오픈, 호주오픈 등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를 참관했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하는 고 사무차창. 그는 협회 일을 돕는 데도 열정을 아까지 않는다. 남양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테니스 초창기엔 “코트에서 살았다”고 할 정도로 거의 매일 테니스를 쳤다. 지금은 주 3∼4회 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 모이는 풀잎클럽과 매주 화, 목, 일요일 치는 명문클럽을 나가고 있다. 동호인 남녀 최고수들이 모인 명문클럽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테니스를 친다. 그는 집이 있는 인천에서 경기 남양주체육문화센터 테니스코트까지 오가며 테니스를 치고 있다.

고 사무차장은 최근 골프에도 입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때 테니스코트는 폐쇄됐지만 골프장은 폐쇄되지 않아 골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는 “테니스는 일정한 공간에서 다양한 기술을 발휘하며 격렬하게 뛰는 맛이 있다면 골프는 자연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으며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테니스와 골프가 주는 재미가 다르기 때문에 함께 즐길 생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테니스가 더 좋다.

“테니스는 생활이죠. 매일 밥 먹듯 안 하면 안 되는…. 가족보다 동호인들과 더 자주 만나요. 누가 안 나오면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죠. 이렇게 살다 보니 이젠 테니스 없인 못 살 것 같아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테니스#딸 결혼 상견례#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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