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장기 압박하는 ‘종격동 종양’… 로봇으로 정밀하고 안전하게 수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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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장기 모인 공간 ‘종격동’… 나이 상관없이 종양 쉽게 생겨
초기에는 증상 느껴지지 않지만, 점차 커지며 심장-식도 등 눌러
맥박 오르거나 호흡곤란 발생… 최근엔 로봇 수술 사례 많아져
절개 부위 줄여 출혈 최소화

‘종격동 종양’ 진단을 받은 환자 김모 씨(오른쪽)가 인하대병원 진료실에서 흉부외과 윤용한 교수로부터 로봇수술의 장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종격동 종양’ 진단을 받은 환자 김모 씨(오른쪽)가 인하대병원 진료실에서 흉부외과 윤용한 교수로부터 로봇수술의 장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직장인 김모 씨(42)는 올해 6월 중순 동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신했고, 몸에 이상이나 아무런 증상도 없었던 터라, 김 씨는 며칠간 당혹스러워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인하대병원을 찾은 그는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의료진은 ‘종격동 종양’이라는 진단을 했다.

김 씨는 주치의 윤용한 교수(인하대병원 흉부외과)와 의논한 끝에 수술 부위 절개를 최소화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 수술을 시행해 종양을 제거하기로 했다. 8월 초 진행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김 씨는 현재 빠르게 회복 중이다. 앞으로 주기적인 추적 관찰로 재발을 예방할 계획이다.

생소한 이름의 종격동은 쉽게 말해 가슴 안쪽 오른쪽 폐와 왼쪽 폐 사이의 공간이다. 생명 유지 역할을 하는 심장과 기관지, 식도 등이 종격동이라는 공간 안에 있다. 물혹부터 양성 종양, 흔히 암이라 부르는 악성 종양까지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종격동 종양은 종격동에 발생하는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젊은층은 대개 양성이나 원발성 종양(전이 없이 그 자리에서 생긴 종양)이 많다. 하지만 40,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는 악성, 전이성 종양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종격동 종양 환자들은 대부분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종양의 크기가 4cm 이하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이 있다면 가슴 쪽이 답답하며 통증이 느껴지고, 기침을 자주 하는 특징을 보인다.

증상은 종양이 커지면서 압박하는 장기나 기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종양이 커져 기관지를 압박하면 기침과 호흡 곤란이 생길 수 있다. 종양이 식도를 누를 경우 음식을 삼키는 것이 힘들어지고, 대동맥을 압박하면 혈액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해 평소에 없던 부위에 정맥(혈관이 두꺼워지고 튀어나오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장을 압박하면 맥박이 증가하고, 후두신경을 누르면 쉰 목소리가 나온다.

종격동 종양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서 절제 수술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종양이 커지면서 여러 장기에 압박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악성화되면 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악성화 정도가 심하고 다른 장기에 퍼져 있다면 수술 없이 방사선 치료나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을 통해 종격동 종양을 제거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종격동이 가슴 안쪽에 위치하는 점을 고려할 때 절개 수술을 할 경우 큰 흉터가 남는다.

하지만 로봇 수술은 몇 개의 작은 절개 부위만 내고 수술할 수 있다. 절개 부위로 로봇 관절이 들어가 수술을 진행하는데, 의사의 손 움직임을 구현한 소형 수술 도구로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여기에 출혈이 적고, 신경 또는 혈관의 손상 예방에 유리하며 침습 범위가 작아 수술 후 통증을 줄이는 데도 탁월하다.

윤 교수는 “종격동 종양이 기관지나 식도, 큰 혈관으로 전이되면 중증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확률이 현저히 높아진다”며 “저선량 흉부 CT를 시행하는 국가 폐암 검진 등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종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장기 압박#종격동 종양#로봇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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