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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방 바꿔가며 2.5kg 고무공 쿵쿵… 쉿! 층간소음 연구중

입력 2022-08-06 03:00업데이트 2022-08-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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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층간소음 연구 경쟁 나선 건설사들
이달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시행돼… 준공前 무작위로 가구 선정해 측정
기준미달땐 보완시공-손해배상… 국민 10명중 6명이 공동주택 거주
대부분 공사비 적게 드는 벽식구조… 소음, 벽 타고 아래층으로 잘 전달
“층간소음 잡아라” 건설사들 사활 층간소음 문제가 건설업계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했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4일부터 시행되면서다. 이젠 사전 인정을 받은 자재를 사용하는 데 더해 준공 직전 소음 측정까지 받아야 한다. 건설사들의 기술 경쟁도 치열해졌다.
《지난달 29일 찾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래미안 고요안랩’.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층간소음연구소다. 4층 높이 건물은 외관부터 일반 아파트와 똑같았다. 내부 역시 거실과 방이 있는 일반 아파트 구조의 실험실 10가구로 구성돼 있었다. 각 가구는 벽식 구조와 라멘 구조(기둥과 보로 이뤄진 구조) 등 다양한 건축방식은 물론이고 바닥 두께, 바닥재 등을 서로 다르게 해서 지어졌다.

현재 아파트 바닥 최저 기준인 210mm 두께 슬래브를 사용한 가구 위층에서 소음 측정에 쓰는 고무공(임팩트볼)을 떨어뜨리자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큰 소음이 울려 퍼졌다. 곧이어 슬래브가 9cm 더 두꺼운 300mm 두께 슬래브를 이용한 구역으로 이동해 똑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자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소음이 줄어들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실험실 10채는 10곳의 아파트 단지”라며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 평형, 규모 등 생활환경이 달라지는 경우 소음 변화를 예측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등 최적의 해결책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4일부터 ‘사후확인제’… 기준 못 미치면 보완 시공까지

삼성물산 건설부문 연구원들이 경기 용인시 ‘래미안 고요안랩’에서 2.5kg 무게 고무공(임팩트볼)을 떨어뜨려 층간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어린이가 뛰는 소리와 비슷한 소음이 난다. 국토교통부는 4일부터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층간소음 정도를 평가하는 ‘사후확인제’를 시행한다. 기준 미달 시 사업자에게 손해 배상 또는 보완 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삼성물산 제공
층간소음 문제는 최근 건설업계에서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8월 경기 용인시 마북기술연구원에 층간소음 저감기술 실증시설을 준공해 본격적인 층간소음 데이터 수집에 나선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3사는 ‘층간소음 저감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데이터를 공유해 기술 개발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DL이앤씨는 기준(40dB) 이상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월패드, 모바일 기기 등으로 입주민에게 알림을 제공한다. GS건설은 용인기술연구소 내 친환경건축연구팀을 꾸려 층간소음 문제를 전담하도록 했다. 대우건설은 내력 강화 콘크리트 등을 도입한 ‘스마트 3중 차음구조 시스템’을 앞으로 지을 아파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대책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4일부터 시행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있다. 기존에는 층간소음 차단 성능인정서를 발급받은 바닥구조를 도입하면 준공까지 별도 검사를 받지 않았다.

사후확인제는 준공 직전 무작위로 가구를 선정해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점검한다. 위층 바닥에서 충격음을 발생시키면 아래층에서 소음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평가한다.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보완시공까지 권고할 수 있다.

층간소음 평가 방식도 바뀐다. 중량층격음은 타이어를 빠르게 내리치는 기계(뱅머신) 대신 2.5kg 무게 고무공(임팩트볼)을 떨어뜨려 측정한다. 타이어 소리가 실제 층간소음과 관련이 없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경량충격음은 태핑머신을 그대로 쓰되 앞으로는 내부에 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간까지 고려하기로 했다.
○ 코로나19로 층간소음 민원 급증
층간소음 측정 기준이 이처럼 대폭 강화된 이유는 2000년대부터 시작된 층간소음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관련 분쟁이 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2021년 기준 4만6596건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2만6257건)보다 77% 늘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와 빌라, 새 아파트와 노후 아파트를 가리지도 않는다. 지난해 서울 신축 행복주택에 입주한 이모 씨(31)는 “새벽마다 윗집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 나중에는 윗집 주민의 시간별 동선까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며 “너무 화가 나 조명 스탠드를 천장으로 올려 쳤더니 그제야 조용해지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가 된 데는 한국 특유의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가 꼽힌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63.1%는 공동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주택)에 거주한다. 국내 공동주택 대부분은 공사비가 적게 드는 벽식 구조로 이뤄져 소음이 벽을 타고 아래층으로 잘 전달된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언제든 층간소음 문제에 노출될 수 있는 셈이다. 소음을 차단하려면 바닥 두께를 두껍게 하거나 건물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이는 건축비용이 기존보다 5∼10%가량 늘어난다.
○ “이미 발생한 분쟁, 공동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사후확인제’도 층간소음을 실질적으로 막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후 확인 과정에서 층간소음 기준을 넘은 아파트가 나오더라도 준공 직전 단계에서는 보완시공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량충격음을 조절하려면 완충재가 아니라 슬래브 두께 등 구조체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사실상 새로 짓는 수준의 공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5월 보고서를 통해 “사업 주체가 보완시공보다 손해배상 조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구체적인 운영 지침이 없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내부 마감 공사를 했는지에 따라 측정 결과가 바뀔 수 있는데 지금은 어느 단계에서 측정을 해야 하는지도 명시돼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측정 당시 온도나 외부 소음 등에도 영향을 받는데 구체적인 평가 지침이 없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닥 슬래브 두께를 현재 기준(210mm 이상)보다 두껍게 하는 경우 용적률을 5%가량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9일 발표하는 주택공급대책에 담길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체감할 수 있는 수치인 3dB가량 소음이 줄어들고 30층 아파트의 경우 한 층을 더 올릴 수 있는 높이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는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바닥공사를 하는 경우 300만∼500만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과 함께 공동주택마다 관리위원회를 구축해 층간소음을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층간소음을 줄일 수는 있어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우 지자체가 사실조사 및 중재를 통해 분쟁을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공공부문부터 소음저감에 유리한 시공 구조를 선택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영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거분과장(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임대주택은 벽식 구조가 아닌 보와 기둥이 건물을 지지해 바닥충격음을 저감하는 라멘 구조로 짓도록 주택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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