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제타격 시도땐 윤석열정권 전멸” 협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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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출범후 첫 실명거론 비난
대통령실 “위협적 발언 깊은 유감”

南에 ‘말폭탄’ 퍼붓고… 김정은, 리설주와 전승절 축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전승절) 행사에서 부인 리설주(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와 축배를 들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南에 ‘말폭탄’ 퍼붓고… 김정은, 리설주와 전승절 축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전승절) 행사에서 부인 리설주(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와 축배를 들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위험한 시도는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며 위협했다.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 이름을 거론해 비난하고 직접 대남 기조를 밝힌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 위원장이 전날(27일) 열린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남조선 정권과 군부깡패들이 군사적으로 우리와 맞서볼 궁리를 하고 그 어떤 특정한 군사적 수단과 방법에 의거해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마슬수(부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이날 “김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에 대해 위협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안보실은 이어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시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美와 군사적 충돌에도 철저한 준비” 北, 한미훈련 빌미 핵실험 명분쌓기


김정은, 尹실명거론 위협

정부 ‘담대한 계획’ 발표 앞두고
19일만의 공개행보로 대남 비난
“이니셔티브 쥐겠다는 의지” 분석
金 “대화에도 준비돼 있어야”


북한은 27일 그들이 칭하는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며,‘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히 진행했다. 경제난 속에서도 불꽃놀이와 항공육전병의 강하 기교, 전투기의 기교 비행, 드론쇼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27일 그들이 칭하는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며,‘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히 진행했다. 경제난 속에서도 불꽃놀이와 항공육전병의 강하 기교, 전투기의 기교 비행, 드론쇼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음 달 열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저들 군사력의 열세를 조금이나마 만회해 보려고 (중략) 미국의 핵전략 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명목의 전쟁연습들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걸고들고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지금 같은 작태를 이어간다면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김 위원장이 19일 만에 첫 공개행보로 대남 비난 연설을 택한 데는 향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명분도 쌓으면서 남북관계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던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대신 김 위원장이 직접 등판한 것도 중량감 있는 메시지를 발신할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주 외교안보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고 언급한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계획’이 이번 비난의 불쏘시개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윤 대통령이 조만간 담대한 계획을 공개 발표하기 전에 북한이 남북관계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절대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담대한 계획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대북경제협력 및 안전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연설에는 비핵화나 경제협력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 또 “핵전쟁 억제력이 만전태세에 있다”며 자주국방을 확인하는 문구만 담겨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결국 경제적 인센티브는 관심 없고 군사안보 문제가 핵심이라는 김정은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을 직접 언급했다는 것 외에 비난 수위 자체는 평소 수준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자체가 한미의 북 미사일이나 핵실험에 대한 대응을 김 위원장이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언한다”고 경고하면서도 “이미 나는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데 대해 명백히 밝혔다”며 ‘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정은#윤석열 정부#실명거론#전승절#한미 연합군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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