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빚는 구글·카카오··· 왜 '인앱 결제'는 분쟁의 씨앗이 됐나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7월 6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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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구글의 앱 마켓 '플레이스토어'에서 카카오톡의 최신 업데이트에 대한 심사가 거절됐다. 카카오톡이 구글 인앱 결제(애플리케이션 내부에서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를 준수하고는 있지만, 외부 링크를 통한 웹 결제의 링크를 직접 제공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카카오톡에 포함된 이모티콘 플러스를 구글플레이 결제로 활용할 시 월 5천 700원인데, 카카오톡 웹 서비스에서 결제하면 월 3천 900원에 쓸 수 있다. 이렇게 결제하는 우회 경로를 제공한 부분이 원인이 됐다.

카카오톡 최신 버전은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다음에 접속 후 \'카카오톡\'을 검색해서 진행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카카오톡 최신 버전은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다음에 접속 후 \'카카오톡\'을 검색해서 진행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카카오 측은 당분간 포털사이트 다음이나 원스토어 등을 통해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사실상 인앱 결제를 강제하는 사안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업계에서는 전기법 개정안 통과 이후 터질 문제에 대해 카카오가 총대를 잡았다고 보고 있지만, 구글의 양보가 없는 한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와 구글의 갈등, 애플과 에픽스토어 분쟁의 연장선

이번 카카오 업데이트 심사가 거절된 이유는 구독 서비스에 대한 별도 링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출처=구글코리아
이번 카카오 업데이트 심사가 거절된 이유는 구독 서비스에 대한 별도 링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출처=구글코리아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예고된 수순이었다. 구글은 지난 4월, 구글 플레이의 개발자 서비스인 구글 플레이 콘솔의 공지사항을 통해 기존 인앱 결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공지에 따르면 앱 내에서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는 개발자는 구글 플레이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며, 구글 플레이 결제 시스템 이외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자를 유도할 수 없다. 즉 인앱 결제가 아닌 외부 결제에 대한 버튼이나 링크, 메시지 등을 추가해선 안되는데, 카카오는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끔 외부 결제에 대한 안내를 추가했다. 이 부분이 문제가 돼 업데이트 심사가 거절됐다.

구글이 이 항목을 고지한 이유는 구글갑질방지법으로 알려진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비롯됐지만, 그 시작은 구글이 아닌 2020년 8월,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인앱 결제 강제 조항으로 인한 법률 다툼으로부터 시작한다.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를 서비스하는 에픽게임즈는 30%에 달하는 구글 및 애플 스토어의 높은 수수료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토어나 앱 내 서비스가 아닌 별도의 경로를 통해 앱 내 재화를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반발한 애플과 구글은 즉시 포트나이트를 서비스에서 삭제했고, 에픽게임즈가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에 애플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하기에 이른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수수료 부과에 반발해 앱공정성연대(CAF)을 결성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처=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수수료 부과에 반발해 앱공정성연대(CAF)을 결성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처=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가 총대를 메고 분쟁을 시작하자, 그간 억눌려있던 앱 개발사들이 에픽게임즈를 지지하고 나섰다. 똑같은 분쟁을 겪고 있던 스포티파이(Spotify), 페이스북(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지의사를 밝혔고,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 WSJ 등이 서속된 디지털 콘텐츠 넥스트도 애플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세간의 시선과 소송전을 이어오던 애플과 구글은 결국 지난해에 들어서야 한발 물러서서 입장을 밝힌다.

애플은 2021년 1월부터 연간 수익금 100만 달러 이하의 중소 규모 개발사는 애플 앱스토어 유료 앱 및 인앱 결제에 대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하는 앱스토어 중소규모 개발자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구글 역시 영상, 도서, 오디오 관련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구글플레이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내리기로, 일반 앱 내 결제 역시 15%를 유지하되 100만 달러 초과분부터 30%를 부과하기로 변경한다. 또한 두 기업 모두 외부 결제를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구글갑질방지법까지 꺼내들었지만…

한편, 우리 정부는 애플과 구글의 높은 수수료 부과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8월 25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을 마련했다. 앱 마켓의 조항에 대해 정부가 규제하는 사례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시행하며, 법 시행을 계기로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으며 외부 결제도 허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애플은 올해 1월 들어 외부 결제 이행안을 제출한 뒤 지난달 들어 한국 한정으로 외부 결제를 허용했다. 문제는 애플이 외부 결제에 대해서도 26%의 수수료를 떼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법망이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애플은 지난 6월 30일, 개발자 공지를 통해 외부 결제 허용 방침을 알렸다. 출처=애플코리아
애플은 지난 6월 30일, 개발자 공지를 통해 외부 결제 허용 방침을 알렸다. 출처=애플코리아

구글 역시 외부 결제를 허용했지만 애플과 동일하게 26%의 수수료를 물렸고, 결제 링크를 안내하는 아웃링크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 경우 카드 수수료를 포함하면 결국 수수료가 27~30%에 달하므로 사실상 구글의 결제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자체 결제를 유지해야 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OTT나 음원 서비스 등은 백기를 들고 콘텐츠 이용료에 구글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을 안내하기 시작했고, 네이버 역시 이를 수용했다. 카카오 역시 이를 수용했지만 당분간 수수료가 포함되지 않는 웹 결제 방식을 안내하는 차원에서 업데이트 중단을 감행하고 외부 링크를 걸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구글 인앱 결제 정책이 시작되기 전부터 앱 내 구독 상품을 기존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5월 말 웹 결제 아웃링크를 추가해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진행했다”라면서,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7월 1일부터 다음 검색을 통해 카카오톡 최신 버전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 첨예하지는 않아, 불가피하게 벌어질 일

이번 사태가 구글과 카카오의 대결 구도로 비치고는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까지는 아니다. 단지 카카오는 구글의 정책에 동의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소비자가 수수료 없는 가격에 기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 중심의 행동을 취했을 뿐이다. 추후 주요 업데이트를 구성할 때 외부 링크 항목만 제외하면 구글 플레이스토어로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 OTT 시장은 인앱 결제로 결제 정책이 재편되면서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올랐으며, 다른 외부 결제 유지 사업자들도 차츰 정책을 수용하고 있다.

구글 수수료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이용하기 위한 통행세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출처=구글코리아
구글 수수료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이용하기 위한 통행세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출처=구글코리아

구글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가 집계하는 전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72.11%, iOS는 27.2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구글의 운영체제 자체는 무료로 제공되며, 구글이 매출을 올리는 방법은 광고 수익이다. 이렇게 확보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수익을 올리는 게 개발사인 만큼,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 30%는 사실상 구글이 운영체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용하는데 따른 비용으로 볼 수 있다. 외부 결제를 허용한다는 점 자체가 구글 입장에서는 수수료 없이 서비스만 무료로 이용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결국 양쪽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고 판단할만한 문제는 아니다. 이는 시장경제체제에 맡기는 게 좋고, 가능한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시장이 납득할만한 선에서 이윤을 추구하고 운영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처럼 강제하더라도 충분히 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사태는 반복될 것이다. 결국 법을 통해 시장 경제 체제를 강제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 플랫폼 사업자가 양보하지 않는 한 개발자들은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 교훈으로 남는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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