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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결국 전기료 인상… 脫정치 전문가 조직에 요금 결정 맡겨야

입력 2022-06-28 00:00업데이트 2022-06-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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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의 직원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다음 달부터 4인 가족 기준 월평균 전기요금이 1535원 오른다. ‘두부 값(전기요금)이 콩 값(발전비용)보다 싸다’고 할 만큼 왜곡된 전기요금 탓에 한국전력의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가구당 도시가스 요금도 월 2220원 인상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지율을 의식해 공공요금을 억눌러온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탈원전 정책 부작용까지 겹쳐 더 이상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인가한 3분기 전기요금 인상폭은 kWh당 5원으로 한전이 지불한 연료비 상승분의 7분의 1이다. 이번 인상으로 연말까지 한전 수익이 1조3000억 원 정도 늘지만 1분기 7조8000억 원, 연간 30조 원으로 예상되는 천문학적 적자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추가 요금 인상이나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불가피해 보인다.

몇 년 전까지 초우량 기업이던 한전이 이렇게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100원 들여 생산한 전기를 50원에 파는 비정상적 구조를 정부가 방치했기 때문이다. 한전 적자가 커지는 대신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1%인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른 작년에 한국인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역대 최대로 증가하면서 세계 3위가 됐다. 원가와 동떨어진 가격 구조가 에너지 과소비를 부른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놓고도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적자가 커지면 정부가 요금을 올려주거나 세금으로 메워 줄 것이라며 안이한 태도로 일관한 한전 경영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섣불리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다가 비싼 천연가스 발전만 늘린 에너지 정책 실패도 바로잡을 대상이다.

결국 외환위기 후 처음 6%대 상승이 예고된 고물가 상황에서 ‘에너지 정치화’의 비싼 대가를 국민이 치르게 됐다. 이런 일의 재발을 막으려면 정부,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전문가 조직에 요금 결정 권한을 맡길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으로 고통 받을 취약계층을 위해 에너지 바우처 지급 같은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한전에 대해서는 경영진 성과급 반납을 넘어 조직·인원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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