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해결하는 법 못배워 불안
게임 몰입도 관계형성 미숙한 탓
부모-교사들의 적극적 역할 필수

한국의 유아청소년 정신건강은 각박한 현실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병폐를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다. 지금까지 유아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이 경쟁을 유발하는 진학 위주의 교육과 관계 맺기의 어려움이 지적돼 왔지만, 코로나19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교육부는 13일 초등생 10명 중 3명이 코로나 이후 우울하거나 불안하다는 정신건강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장소인 집, 학교, ‘불특정한 곳’에서의 불편함과 단절, 접근의 어려움이 컸다고 진단했다.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부모님과의 불편한 관계와 학습의 어려움, 학교를 가지 못하는 데서 온 친구관계 단절, ‘불특정한 곳’을 돌아다니면서 얻었던 재미와 경험의 단절이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발표에서도 원격수업과 대외활동 감소가 친구나 선생님 등 학교생활에서 대인관계가 나빠진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은 요즘 청소년들을 “완전히 순종적이거나 내 갈 길 간다”로 나눌 수 있는데 두 유형 다 “성장과정에서 자신이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는 데서 온 결과”라고 했다. 완전히 순종적인 경우는 살아오면서 부모의 지시, 타인의 시선에 익숙했기에 나만의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데서 나온다는 것. 내 갈 길 간다도 겉으로는 개성이 넘쳐 보이지만 자신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해 사회적으로 연계시키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즐기는 문화가 사회적이지 못하고 쾌락에 목표를 두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의 하나라고.
청소년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몰입에 대한 분석도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정과 선택, 의미 부여에 서툰 청소년들이 어려운 현실 세상 대신 혼자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연애를 부차적으로 여기는 이유도 감정, 이해, 오해 등 관계 형성에 필수적인 것들을 모르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연을 힘들어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에 현실에서 복잡한 관계를 맺는 것보다 SNS를 하고 게임을 하면서 편안함과 재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SNS 몰입 부작용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들거나 내가 하는 것을 타인의 눈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강화시킨다”고 했다.
이 원장은 SNS에 빠진 청소년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만남의 기회를 주고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와 교사의 적극적인 역할 등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른들도 못 했던 것을 강요하지 말고, 사회가 믿을 만한 곳이라고 아이들이 느끼게 하려면 어른들이 잘 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한국 아동청소년들의 현실을 볼 때마다 거대한 벽 앞에 서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가 교사, 학부모, 미술치료사 등 팀을 꾸려 매달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여는 것도 벽을 깨기 위해서다. 부모들은 강의를 들으며 “처음부터 알았어야 했다”고 한탄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원장은 서강대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정신분석학 박사를 받고 생브리외 아동청소년 메디컬 심리센터 등에서 임상을 했다. 저서로는 ‘자크라캉 세미나’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등이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