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영일만 이차전지 소재생산업체 폐수로 포항 앞바다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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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입주 업체들 폐수 방류
방파제 앞바다에 거품 끼고 악취
해당 기업 “방류수 정화시설 설치”
경북도 “집중모니터링 진행할 것”

25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죽천리 방파제 배수로에서 한 주민이 이차전지 소재생산업체의 방류수가 바다로 흘러나가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25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죽천리 방파제 배수로에서 한 주민이 이차전지 소재생산업체의 방류수가 바다로 흘러나가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25일 오후 경북 포항시 흥해읍 죽천리 방파제 앞. 수산물 유통업체 대표 최모 씨(54)는 이곳 배수로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최 씨는 “최근 가뭄이 심해도 동네 주민들은 오히려 비가 안 오길 바라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인근 영일만 산업단지 이차전지 소재생산업체들이 배수로를 통해 방류수를 내보내면서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방파제 앞바다에 거품이 끼고 악취가 엄청나다”며 “이곳 수산업체 7곳이 근처 바닷물을 길어와 쓰는데, 수족관에 보관하고 있는 가자미나 대게에 악영향을 미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영일만 산단 이차전지 소재생산업체가 폐수를 배출하고 있지만 관리 감독기관인 경북도가 성분이 밝혀지기까지 조업정지 처분을 미룬다고 결정하면서 주민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 영일만 산업단지 내 이차전지 소재생산업체 6곳에 대해 생태독성(TU) 검사를 실시했다. 같은 해 8월 죽천리의 한 수산물 유통업체 수족관에서 보관하던 가자미 수백 마리가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지이엠의 방류수에서 각각 배출 기준(2TU)의 8배와 4배를 초과하는 수치가 나왔다.

관련법에 따르면 생태독성 기준치를 3배 이상 초과한 업체는 조업정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경북도는 두 업체의 행정 처분을 미뤘다. 이차전지 소재생산업체 특성상 염(鹽·산의 음이온과 염기의 양이온으로 만들어지는 화합물) 배출이 많아 두 업체의 방류수도 염 때문에 생태독성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이차전지 소재생산시설의 경우 생태독성 원인이 오직 염으로 인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생태독성 기준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업 폐수 생태독성 검사는 담수에 서식하는 물벼룩에 미치는 치명도에 따라 수치를 측정한다. 이번 검사에서 물벼룩에 미친 치명도는 염 성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류수 배수구에서 물을 떠서 검사했지만 중금속과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두 업체가 배출하는 방류수는 바다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행정 처분을 미뤘다”고 덧붙였다.

경북도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지이엠이 방류수의 독성 물질이 염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1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업체는 올해 11월까지는 조업정지를 하지 않고 방류수도 바다로 그대로 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걱정이 크다. 지난해 가자미 집단 폐사를 겪은 수산업체 대표 김모 씨는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질 않아 바닷물을 긷는 수원(水源)을 2차례 옮겼고, 이 과정에서 수백만 원이 들었는데 보상받을 길도 없다”고 호소했다. 최 씨도 “영일만 산업단지에 이차전지 업체가 들어선 2019년부터 수족관 속 대게 등 각종 수산물의 생존 기간이 크게 짧아졌다. 우리 업체도 수원을 2차례 옮겼다”고 덧붙였다.

에코프로그룹 측은 유예 기간에 80억 원을 들여 공장 6곳에 방류수 정화 시설을 설치할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죽천리를 집중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배상신 포항시의원은 “경북도에 정기 모니터링 결과 자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등 감시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영일만#포항 앞바다. 폐수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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